‘임금님의 사건수첩’- ‘특별시민’

요즘 나오는 한국 영화는 대개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느낌이 든다. 한국 영화가 액션과 스릴러로 ‘장르 쏠림’ 현상이 심화된 것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지만 다른 장르를 다루더라도 ‘어디서 본 듯한’ 소재가 반복되며 식상하게 다가온다. 오는 26일 나란히 개봉하는 ‘임금님의 사건수첩’과 ‘특별시민’도 소재 면에서는 전혀 새롭지 않다. 한양을 뒤흔든 괴소문을 왕과 그의 심복인 신입 사관이 풀어가는 내용을 그린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조선 명탐정’ 시리즈 등의 사극 수사물이 떠오르고, 서울시장 선거전을 다룬 ‘특별시민’은 올 초에 개봉한 ‘더 킹’과 비슷하게 권력에 대한 욕망을 풀어낸다. 하지만 두 영화만의 차별점이 있다. 바로 주연 배우들의 개성 있는 ‘연기 맛’과 영화에 담긴 시의적절한 메시지가 소재의 한계를 극복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코믹 수사 활극’을 표방한 ‘임금님의 사건수첩’(감독 문현성)은 이선균과 안재홍의 찰떡 호흡이 돋보인다. 조선 8대 임금 예종 역을 맡은 이선균은 기존 영화에 나온 왕들과는 달리 호기심 많고, 과감한 행동력을 갖춘 캐릭터를 자신만의 색깔로 표현해냈다. 다리를 살짝 꼬고 용상(龍床)에 앉아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신하들을 다루는 모습이 과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의 이런 연기가 영화의 톤앤매너와 어우러지며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예종이 어리바리한 신하 이서(안재홍)와 함께 한양을 뒤흔든 괴소문의 실체를 파헤치며 임금의 권력을 노리는 간신들과 힘겨루기를 하는 내용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사극의 무게감과 수사물의 긴장감, 코미디의 경쾌함 등 적절한 장르 혼합이 강점인 이 영화는 별다른 반전 장치 없이 예측 가능하게 흘러가고, 맥락을 통해 전해지는 울림은 덜하지만 꼼꼼한 기획과 치밀한 연출로 만들어진 장면들이 깨알 재미를 선사한다.

‘특별시민’(감독 박인제)의 주연배우 최민식과 곽도원은 한배를 탄 운명공동체지만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며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정치인 캐릭터를 찰진 연기로 소화해냈다. 차기 대권을 노리며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하는 변종구 역의 최민식은 표정과 대사의 질감을 살리는 명불허전 연기로 바람직하지 않은 정치인의 전형을 보여준다. 곽도원도 변종구의 선대본부장인 재선 의원 심혁수를 연기하며 강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변종구와 심혁수가 진지하게 머리싸움을 벌이는 장면들이 블랙코미디의 맛을 전하며 웃음을 유발한다. “똥물에서 진주를 건지는 게 선거”라는 심혁수의 대사가 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다.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며 상대 후보 쪽에 역정보를 흘리는 등 선거판의 행태를 사실적으로 그린 부분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두 영화에 담긴 메시지도 관객의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화합’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특별시민’은 ‘공약 없는 선거’를 꼬집는다. 이런 메시지들이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어떤 반응을 이끌어 낼지 주목된다.

5월 초 징검다리 연휴가 이어지는 것도 두 영화의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색깔이 겹치지 않는 두 영화가 ‘쌍끌이’ 흥행을 이끌며 극장가 성수기를 화려하게 열 것으로 기대된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2% 모자란 모습으로 사극 새롭게 표현”
조선 임금‘예종’役 이선균


“(안)재홍이와 팀워크가 중요한 작품이어서 4개월 동안 친형제처럼 붙어 다녔어요.”

배우 이선균(사진)은 ‘임금님의 사건수첩’에서 처음 만난 후배 안재홍과 ‘덤 앤 더머’ 같은 호흡을 이끌어 내기 위해 1박 2일 동안 술을 마시기도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렇게 술을 마시고 나서부터 둘 사이의 호흡이 좋아졌다”며 “대신들과 붙는 장면에서는 임금의 위엄을 보이려고 했지만 재홍이와 있을 때는 사극 톤을 배제하고 2% 모자란 모습을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연기 경력 16년 차에 접어든 그지만 사극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유를 묻자 “두려웠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로맨틱 코미디 등 트렌디한 드라마를 주로 하다 보니 사극이 잘 안 들어왔고, 의상과 분장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며 “마흔을 넘기며 ‘이 시점에서 사극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마침 이 작품을 만났다.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영화에 ‘화합’의 메시지가 담긴 것에 대해 그는 “시의적절하게 맞아떨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전에는 연기만 하면 내 일이 끝난 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책임져야 할 일이 많다는 걸 알 정도로 철이 들었다. 그래서 이 영화에 담긴 화해, 용서의 메시지가 의미 있게 다가온다”고 전했다.

한국 남자 배우들은 40∼50대에 절정기를 맞는다. 그는 “선배들이 길을 잘 닦아놓으셔서 기회가 많아졌지만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며 “배우라는 직업이 나를 능동적으로 만들지만 나 자신을 계속 통제해야 하기 때문에 연기를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힘들 때도 있다. 좀 더 부닥치며 100%가 될 때까지 해볼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동료와 화학반응 제대로 됐을 때 쾌감”
서울시장 ‘변종구’役 최민식


“후배 곽도원과 처음 호흡을 맞추며 ‘어디 있다가 이제 나타났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 최민식(사진)은 후배 곽도원의 연기를 극찬하며 그와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 때 처음 만난 느낌을 이같이 전했다.

‘특별시민’ 개봉을 앞두고 문화일보와 만난 그는 곽도원과 다시 호흡을 맞추며 ‘어우러짐’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영화는 후배 배우들과 잘 어우러져 완성도 높은 작품이 나왔다. 배우와 배우의 어우러짐도 중요하지만 서울시장 집무실, 선거캠프를 차린 폐공장 등 장소와의 어우러짐도 중요하다”며 “나 혼자 잘해서 될 일이 아니고 그런 화학반응이 제대로 일어났을 때 쾌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특별시민’이 대통령선거 분위기에서 관심을 모으는 것에 대해 “영화가 지닌 건강성과 계몽적 성격이 있지만 선거관리위원회 홍보영화는 아니잖느냐”며 “많은 관객들이 선거가 거대 권력보다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다. 이 영화는 그걸 일깨우는 의미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 영화에서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정치인을 연기한 그는 지난 1995년 MBC 드라마 ‘제4공화국’에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젊은 시절을 연기했다. 그는 “그때는 속된 말로 가랑이가 찢어졌다. 실존 인물이고, 주변에서 항의도 많이 받았다”며 “이번 변종구 시장 캐릭터는 자유롭게 연기했다. 누군가를 지칭해서 욕하려고 만든 게 아니라 정치인의 자세와 정치풍토에 대한 비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 잡은 그는 흥행의 책임감에 대해서는 애써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그는 “배우는 내용물에만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나도 자꾸 신경이 쓰이지만 영화 외적인 부분은 차단하려 노력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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