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불과 2주 앞두고 때아닌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2007년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찬성 여부를 북한에 ‘사전 문의’하고 기권을 결정했다는 송민순 당시 외교부 장관의 회고록으로 촉발된 이 논쟁은 ‘북풍 몰이’ ‘색깔론’ 그리고 지도자의 대북관, 안보의식, 정직성 문제까지 복잡하게 얽히면서 대선 정국이 이상한 논쟁에 휘말려 든 것이다.
문제는, 연일 갑론을박(甲論乙駁)이 계속되면서 국민을 더욱 자괴감에 빠지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송 전 장관은 기권 방침 결정을 당시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이 주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문 후보는 2건의 메모를 공개하면서, 북한의 의도를 알아보자고 주장한 사람은 송 전 장관이며,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기권을 결정하고 북한에 통보한 것이므로 자신의 주도로 북한 의사를 사전에 타진했다는 주장은 명백히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풀리지 않는 의문은, 기권을 결정한 뒤에 이 사실을 북한에 통보했다면 ‘위태로운 사태’를 운운하면서 ‘표결에서 책임 있는 입장을 취해 주길 바란다’는 북한의 메시지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번 논쟁의 두 당사자가 노 정부의 핵심 구성원이었다는 점에서 뭔가 복잡한 사정이 있다는 의구심을 품게 한다. 둘 중 하나는 분명히 틀렸을 테니 반드시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 문 후보는 당시 최고정책결정권자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 당시 상황을 진실에 근거해 명확히 설명하기만 하면 된다.
조기 대선 중에 불붙은 이번 논쟁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단순한 진실 공방 차원을 넘어 향후 대한민국의 미래와 관련해 몇 가지 중요한 함의를 담고 있다.
우선, 북핵 문제나 위기 해결 방안은 둘째 치고 가장 본질적으로 민주와 자유 그리고 인권을 누구보다 강조하는 대한민국이 북한 정권의 인권유린에 침묵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만일 유엔의 대북 인권결의안 처리를 놓고 인권 범죄 집단인 북한 정권의 입장을 타진했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일제의 전쟁 시기 최대의 인권 문제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국제 공조를 도모하는 대한민국이 북한 인권에 침묵하면서 더 이상 기대할 것은 없다.
둘째, 그동안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 개발 진행 이후에는 미·중에 북핵 문제의 해결을 기대한 면이 많았기 때문에 일관된 대북 정책을 펼치지 못했다. 정권의 대북관에 따라 유화책과 강경책이 교차하는 사이 북한은 핵보유국을 운운하게 됐다. ‘평화와 안정’에 대한 지나친 기대 때문에 행여 북한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북한이 싫어하는 일은 알아서 피해 간다는 인상을 주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셋째, 작금의 한반도 안보 환경은 매우 혼란스럽다. 게다가 최근 미·중의 행태는 우리에게는 절체절명의 안보 위협인 북핵(北核) 문제를 양국 협상의 카드로 활용하는 면도 보인다. 대한민국의 새 지도자가 북핵 및 북한에 대해 가진 확고한 인식을 미·일·중에 정확히 전달하지 못하면 앞으로도 우리에게 주어지는 공간은 매우 좁을 수밖에 없다. 의견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대선 후보들은 분명하고 논리적인 목소리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상처받은 국가와 국민의 마음을 추슬러 줄 수 있는 정직한 지도자 선출이다. 이 논쟁이 단순한 비방전으로 끝나게 되면 국가와 국민 모두에게 또 다른 불행을 잉태하는 새로운 불씨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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