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經協, 국가협약 수준돼야
비핵화, 일단 미래核 제거 뒤
협상통해 과거核 없애는 수순
선제타격, 高度 군사판단 필요
대선 후보가 논하는 건 부적절
구조조정 금융 아닌 산업主導
임금체계의 합리적 개선 필요
1% 재벌·기득권부터 양보 땐
노조도 양보… 사회적 대타협
문자폭탄, 文지지자들의 권리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업구조조정의 해법과 노동문제 같은 경제사회 현안은 물론 최근 논란이 된 군사·안보 이슈에 대해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철학과 소신을 밝혔다. 진보 진영의 승리를 위한 사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후보 사퇴할 일)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2차 TV토론 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공격했다가 전화·문자 폭탄을 받은 것과 관련, 심 후보는 “지지자마다 자기 후보를 지지하는 방식이 다른 것”이라며 “그건 그분들의 권리”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는 의연한 것이거나, 후속 피해를 우려한 것이거나, 문 후보와의 집권 후 연대를 염두에 뒀거나 셋 중 하나일 것으로 판단된다. 심 후보와의 인터뷰는 지난 21일 국회 본청식당 별실에서 문화일보 대선자문교수들이 참석한 가운데 허민 정치부 선임기자의 사회로 진행됐고, 24일 추가 취재가 이뤄졌다.
△허 선임기자 =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쓰는 선거운동 기간에 인터뷰에 응해준 데 감사하다. 안보 분야부터 질의하겠다.
◇외교·안보
△박인휘 교수 = 후보 공약에 5·24 조치 해제, 개성공단 재개 같은 경협 내용이 있는데, 북핵 상황을 고려할 때 가능할까.
△심 후보 = 경협 재개는 유엔 안보리 제재와 배치되지 않는다. 경협은 정부의 제재나 포용 이런 기조와 상관없이 국익과 경제 교류 측면에서 지속성을 갖고 진행되는 게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국가 간 협약 수준의 협정 체결이 필요하다.
△박 교수 = 남북교류를 하는 것은 좋지만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친절한 설명도 있어야 할 것 같다.
△심 후보 = 솔직히 북핵 대응이란 건 군사적 대응 아니냐. 하지만 군사적 대응은 전쟁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군사적) 대응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것이다. 비핵화는 2단계 전략이 필요하다. 1단계는 추가적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동결해 미래의 핵을 제거하는 것, 2단계는 협상을 통해 긴장 완화 조치를 마련한 다음 과거의 핵을 없애는 것이다.
△허 선임기자 = 그건 ‘비핵화 입구론’이 아니라 ‘출구론’에 가까운 것 같다.
△심 후보 = 비핵화라는 목표만 앞세우면 비핵화가 아니라 핵 가속화가 될 수 있다. 북한이 원하는 체제 보장 요구와 우리가 원하는 안보 이익을 공유하는 과정을 만들어야 한반도 평화가 가능해진다.
△박 교수 = 대응책을 넘어 해결책이 필요하단 점은 학자로서 참고하겠다. 군 문민화에 관심이 많더라. ‘대통령 직속 국방개혁전담기구 설치’ 공약을 설명해 달라.
△심 후보 = 군 장병은 제복을 입은 시민이다.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과거의 재래식 군대와 무기체계에 의존해서는 현대전을 치를 수 없다. 제복 입은 장병들을 시민으로 대접하는 게 핵심이다. 병사 인건비를 대폭 늘리고 인구절벽시대에 걸맞게 군 체제와 충원 구조를 정비해야 한다. 정의당이 안보에 취약하다고들 하지만 내가 보수의 가짜 안보에 대해 진짜 안보를 확실하게 보여줄 것이다.
△허 선임기자 = 최근 주적 논쟁이 있었다. 북한군과 북한 정부는 우리의 ‘적’인가 아닌가.
△심 후보 = 우리와 대치하는 군사적 측면에서 적이지만,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평화적으로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다. 대치 상태를 해결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허 선임기자 = 북핵의 명확한 공격 징후가 있을 때 선제타격을 해야 하나.
△심 후보 = 추후 입장을 정리해 드리겠다. (심 후보는 이틀 뒤인 23일 오후 다음과 같이 입장을 정리했다고 알려 왔다.) 단지 위험하다는 이유로 북을 공격하는 ‘예방타격’은 동의할 수 없다. 북한의 명백한 핵·미사일 도발 징후가 있을 때 이를 제압하는 ‘선제타격’은 고도의 군사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다. 대통령 후보가 미리 된다 안 된다 논하는 건 부적절하다.
◇경제·노동
△김재구 교수 = 심 후보가 집권하면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가 구조조정 이슈다. 지금까지는 ‘노동 배제’적인 정책으로 30년 가까이 일관했던 게 사실이다. 집권하면 어떤 식으로 노동을 참여시켜 구조조정을 할 수 있을까.
△심 후보 = 지금까지 우리 구조조정은 돈을 넣을까 뺄까만 했지 산업 전망을 통해 노동자들의 미래를 설계해주지는 않았다. 앞으론 금융 주도 구조조정이 아니라 산업구조조정이 돼야 한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진정한 산업구조조정을 하겠다.
△김 교수 = 사회적 대타협을 하려면 노조의 협력이 정말 필요하다. 대기업뿐 아니라 노조도 양보해야 대타협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심 후보 = 재벌과 기득권의 양보가 더 중요하다. 상위 1%의 그들과 10%의 고소득층 노동자들은 책임의 성격이 다르다. 사회 전반의 재분배 과정에서 재벌·기득권의 양보와 함께 노조가 해야 할 양보가 있다면 양보를 할 것이다. 그때 설득이 필요하다면 내가 설득하겠다. 우리 사회의 가장 기득권을 가진 사람부터 내놓아야 노조도 설득할 수 있지 않겠나.
△금현섭 교수 = 복지목적세를 얘기했는데 조세저항이 클 것 같다.
△심 후보 = 지금 더불어민주당이 하는 것처럼 전반적인 조세 개혁을 통해 복지재원을 만들겠다는 식으로는 ‘세금 폭탄론’을 뚫고 나갈 수 없다. 복지명세서를 제시하고 이 용도로만 쓰는 세금을 걷겠다고 하면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 거다.
△금 교수 = 하지만 복지목적세의 세원은 대기업과 부자 등 상위 몇 퍼센트에 국한돼 있다. 이들이 불편해하는 것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심 후보 = 때론 불편해질 필요도 있다. 스웨덴 방문에서 느낀 것은 사회적 강제를 통해 타협을 이뤄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유인책도 필요하지만 압박도 필요하다.
△김 교수 = 스웨덴 말씀을 하셨는데, 기업에 대한 사회적 압력도 있었지만 노·사 타협이 중심이었다. ‘노’가 ‘사’와 더불어 타협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심 후보 = 그래서 민주적 노사관계의 타협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노동 쪽도 법의 테두리 내에서 사회적 타협이 가능하도록 유인해야 한다. 나에 대해 오해를 했던 기업주들이 이런 말을 듣더니 박수 치더라.
△김 교수 =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한가.
△심 후보 = 대한민국 임금체계는 바뀌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염두에 둔 임금체계 개선이 필요하다.
△금 교수 = 공공분야 개혁 과제 중에 어떤 분야가 최우선 돼야 하나.
△심 후보 = 낙하산이다. 피해가 너무 크다. 그게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한다.
◇정치
△허 선임기자 = 정의당은 소수정당이다. 집권해도 국정 운영이 쉽지 않다. 내각이 어떻게 구성돼야 하나.
△심 후보 = 보수적인 인사까지 포함해 능력 있는 사람들을 골고루 기용하는 개혁연립정부가 돼야 한다.
△허 선임기자 = 2차 TV토론 때 문재인 후보를 공격했다가 문 후보 지지자들로부터 심각한 전화·문자 폭탄을 받았는데.
△심 후보 = 저는 저의 가치와 비전으로 말하는 거고, 다른 후보나 지지자들은 자기들의 생각과 방법으로 개입하는 거다.
△허 선임기자 = 문 후보 지지자들이 유독 심한데 문제의식이 없는 건가.
△심 후보 = 지지자마다 후보를 지지하는 방식이 다르다. 그건 그분들의 권리다.
△허 선임기자 = 1, 2위 간 근소한 차이로 대선 승부가 가려질 경우 사퇴 압력이 들어올 수 있다. 완주할 건가.
△심 후보 = 완주를 해야 대통령이 되지 않나. (일동 웃음) 자기 능력으로 집권해야지 왜 내가 사퇴해야 하나. 그런 일 절대 없다.
△허 선임기자 = 만약 근소한 차이로 문재인 후보가 떨어진다 하더라도 완주하나.
△심 후보 = 이번 대선은 촛불 시민들의 열망을 받아내는 선거다. 촛불 시민의 열망이 곧 심상정 노선이니까 내가 사퇴한다면 그건 촛불 시민이 퇴장하는 것이다. 사퇴할 일 없다.
허민 선임기자 minski@,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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