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부패와의 전쟁을 진행 중이다. 대대적인 사정을 하고 이례적으로 반부패 드라마를 방영하는 등 부패관리를 솎아 내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빈부격차로 인한 인민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한 지방 공안국장(경찰국장)의 부패 규모가 1조4000억 원이라고 한다. 중국에 이런 부패 관리의 상징이 있는데 청나라 때 화신(和)이란 인물이다. 중국 역사상으로 가장 거대한 부정 축재를 했던 간신으로 유명하다. 화신은 청나라 전성기인 건륭(乾隆)제 때 총애를 받던 신하이다. 건륭제 당시 중국 경제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 정도로 부국이었다. 강희(康熙)제와 옹정(雍正)제의 치세로 재정도 든든했고 주변 국가도 안정돼 있었다. 그러다 보니 화신의 부패 규모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최고 전성기의 최고 부패 관리라는 아이러니가 발생한 것이다.

화신은 어려서부터 총명해 학문에도 뛰어났다. 또한 이재에 밝고 눈치도 빨라 일찍부터 출셋길에 올랐으며 건륭제의 눈에 띄게 되었다. 건륭제는 아들을 화신의 딸과 결혼시킬 정도로 그를 총애했고 황제와 사돈 관계가 되고 나서는 주위에서 더욱 그의 권력을 두려워했다. 화신은 건륭제의 총애를 등에 업고 매관매직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부를 축적했다. 또한 실질적으로 행정부를 장악한 화신은 자신에게 불리한 상소를 막는 등 철저히 건륭제의 눈과 귀를 막았다. 건륭제는 죽는 날까지도 그의 실체를 몰랐다고 하는데 황제의 속마음을 잘 알아 능숙하게 일처리를 했기 때문에 부패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느 정도 눈감아 준 것 같다.

여하튼 화신의 권력은 날로 커져서 궁궐에서 말을 타고 다닐 정도였다. 그리고 황제 진상품에 손을 댈 정도로 대담했고 민간 상권에도 관여했다. 온갖 방법으로 권력과 부를 취한 그가 제일 두려워했던 것은 세월의 흐름이었다. 바로 자신을 아껴주는 건륭제가 늙어가는 것이었다. 결국 건륭제가 나이 들어 황제 자리에서 물러나고 가경(嘉慶)제가 황위에 오르자 화신은 그의 마음을 잡기 위해 노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온갖 비리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가경제는 아버지의 체면을 생각해 인내하다가 3년 상이 끝나자마자 화신을 체포하고 모든 재산을 압수했다. 온갖 보물이 넘쳐났는데 몰수 규모는 9억 냥에 이르렀다고 한다. 청나라의 10년치 국가 예산을 뛰어넘는 수치였다. 혹자는 건륭제가 아들에게 남겨준 통치자금이라고 농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 화신은 50세에 자결함으로써 생을 마치게 된다. 황제보다 더 좋은 차를 마실 정도로 호가호위하던 그는 역사에 오명을 남겼다. 그에게서 몰수한 재산으로 청나라는 태평성대를 더 오래 유지할 것이 분명해 보였지만 그 돈은 국가 예산이 아닌 황제 개인 재산으로 둔갑해 가경제의 호화스러운 생활에 탕진된다. 결국 민초의 입장에서는 화신이란 거대한 간신이 처단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탐욕의 주체가 화신에서 황제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부패는 언제 어디서든 어느 제도에서든 존재한다. 다만 얼마나 빨리 발견하고 또 엄격하게 처리하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중국에서 추앙받는 황제 중 한 명인 건륭제는 믿는 신하에게 배신을 당한 셈이다. 언제나 배신은 가까운 사람에게 당하는 법인가 보다. 하긴 우리나라도 그랬으니 말이다.

한양대 창의융합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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