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속 시 한 편, 시집, 시 낭송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소설보다 호흡이 짧고 심리적 힐링의 시간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속 시 한 편, 시집, 시 낭송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소설보다 호흡이 짧고 심리적 힐링의 시간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각박한 시대에 휴식과 위로
시집 판매량 작년보다 늘어
창작보다 쉬운 낭송수업 인기
날마다 詩 배달해주는 앱도


‘시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거창한 창작보다는 낭송이나 시집 구매, 인문학 콘서트 참여 등 보다 편리하고 자유롭게 즐기는 쪽이다. 문학계는 최근 몇 년간 이어지던 한국문학의 침체 분위기를 걷어내는 반가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25일 한국문인협회(이사장 문효치)에 따르면 협회가 주관하는 평생교육원의 문학 강좌 중 시 낭송 강좌가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소설·수필·동화 등 약 20개 클래스가 개설 중인 가운데 6개가 시 낭송에만 특화돼 있다. 하루 1∼2회씩 운영되며 평균 15∼20명이 참가한다. 월 수강료 8만 원에 1년이라는 만만치 않은 과정이지만 다른 클래스보다 수강 인원이 많은 편이다.

강의에서는 시 낭송을 위한 호흡과 발성, 완급 조절 등의 기법을 배운다. 마지막 수료 과정에서는 수강자 자신만의 낭송 영상을 만들 수도 있다. 수강생이 애송시를 낭송하면 목소리를 녹취해 영상에 입히는 방식이다. 수강생들의 호응이 가장 좋다.

시 낭송 강좌는 일반 코스와 전문가 과정으로 나뉜다. 전문가 과정을 마치면 자격증까지 딸 수 있다.

시 낭송 강의를 맡고 있는 정은율 시인은 “몇 년 전에 비해 최근 시 낭송을 수강하는 분들이 부쩍 늘어난 것을 느낀다. 열기도 매우 뜨겁다”며 “시 창작은 접근이 어려운 점이 있으나 낭송은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이 크다. 시 낭송을 힐링의 시간으로 삼는 사람도 많다”고 설명했다.

시집 판매량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온라인 서점인 예스24에 따르면 올 1∼4월 시집 누적 판매량은 12만162권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만9160권보다 10.1%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30대 남성이 21.2%로 가장 비중이 높았다. 여성 중엔 40대가 20.1%로 가장 많았다.

인터파크 도서에서도 최근 한 달간(3월 24일∼4월 23일) 시집 판매량이 전월 대비 49.2% 늘어났고,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25.4%가 증가했다. 인터파크 측은 “소설보다 호흡이 짧은 시는 휴대전화 SNS 등을 통해 편리하게 볼 수 있다는 장점으로 젊은 층이 특히 선호한다”며 “드라마 ‘도깨비’에 등장한 김용택 시인의 시집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이후 시에 관한 관심이 지속되고 있기도 하다”고 밝혔다.

시 전문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도 나왔다. 출판사 창비는 지난달 ‘시요일’이라는 앱(왼쪽 사진)을 출시했다. 국내 주요 시인의 작품 3만3000여 편을 담았다. 시인이 직접 낭송한 음성과 작품 소개가 함께 있어 ‘내 손안의 시 백과사전’ 같다. 검색 기능을 활용해 간편하게 시를 찾아볼 수도 있다.

강영규 창비 문학출판부장은 “시가 SNS에 잘 어울리는 콘텐츠라는 점에 주목했다. 예상외로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시 낭송 열차, 시 캠프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대산문화재단이 지난 19일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진행한 ‘시낭독공감’에도 많은 독자가 모였다. 열기를 이어 ‘시낭독공감’은 오는 12월 13일까지 계속된다.

시인인 한분순 문협 부이사장은 “사회적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마음을 다스리는 시 한 편에 대한 욕구가 늘어나는 것 같다”며 “2014년부터 이 같은 강좌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문학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시 낭송 등 시를 찾고 즐기는 사람들의 증가는 문학의 저변이 확대된다는 점에서도 매우 환영할 만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김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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