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주’의 김주영 작가가 새로운 장편소설 ‘뜻밖의 생’을 출간했다. 그는 “세 번 고쳐 썼다. 그리고 출판사에 그 자료를 남겨두라고 했다. 소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여주기 위해 이를 문학관에 전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객주’의 김주영 작가가 새로운 장편소설 ‘뜻밖의 생’을 출간했다. 그는 “세 번 고쳐 썼다. 그리고 출판사에 그 자료를 남겨두라고 했다. 소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여주기 위해 이를 문학관에 전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뜻밖의 생’ 펴낸 소설가 김주영

‘객주’ 이후 4년 만의 장편

가혹한 세상에 던져진 주인공
남은 건 말벗 하나 없는 노년
유일하게 위로해주는 건 개

팔순 앞두고도 글 쓰는 이유?
푸시킨처럼 사람들 위로하고파


“이 소설의 주인공은 개다. 그리고 그 개에게 위로받는, 어느덧 노년이 된 남자 박호구의 이야기가 있다. 돈, 명예 등 사람이 위로받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박호구에겐 자신을 따라다니는 개 외엔 아무것도 없다. 세상의 최하층, 밑바닥으로부터도 도움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꺼내고 싶었다. 독자들이 어느 한 문장에서라도 감동이나 위로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김주영(78) 작가가 오랜만에 장편소설 ‘뜻밖의 생(生)’(문학동네)을 펴냈다. 2013년 10권으로 완간한 연작 ‘객주’ 이후 4년 만이다.

26일 기자간담회에서 김 작가는 “올해로 등단 47년이다. 경북 청송에 있는 객주문학관에 내려가 지난 1년간 집필한 것이다. 한창 열정이 쏟아져 나올 때는 하룻밤에 단편 하나를 썼는데 역시 나이가 드니 여러 가지 장애가 있었다”면서 “어떤 대목에서는 이 나이에 이런 걸 쓰면 독자들이 욕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지금까지 내가 쓴 소설 중에 최고로 재미있다고 자부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뜻밖의 생’은 주인공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게 작가의 말. 하지만 대체로 파란만장한 인생을 산 한 인물의 성장담으로 요약된다. 박호구는 도박판의 타짜 아버지와 무당을 신봉하는 어머니 아래에서 따뜻한 손길 한 번 받아보지 못한 채 자란 소년이다. 행복보다는 불행, 온화함보다는 세상의 가혹함에 먼저 눈뜬 외톨이다. 그러나 그에겐 마음을 주고 싶었던 단심이네와 한겨울 추위 속에 체온을 나눴던 개 칠칠이가 있다. 그는 모친과의 갈등과 이별, 노숙 생활, 강제 징집 등 온갖 시련 속에서도 인생엔 나름의 의미가 있음을 깨닫는다.

김 작가는 “인간 망종을 개××라고 하지 않나. 그런데 그 개한테 위로받는 상황이다. 반어적 의미가 있다”며 “여울물이 흘러가도 산그늘이라는 흔적을 남긴다는 말이 있다. 박호구의 인생철학이 그렇다. 고생스러운 삶이지만 세상을 원망하지 않는 고귀함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 작가는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왕성하게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꿈’을 이야기했다. 그는 “수면장애에 시달리고, 시골에서 ‘해바라기’나 하고 있어야 할 이 나이에 글쓰기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15∼16년 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본 푸시킨의 묘비 때문”이라며 “푸시킨의 묘비 앞엔 늘 생화가 놓여 있었다. 그만큼 러시아 국민이 존경하는 인물이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고 한 그의 시구를 러시아 촌부도 암송한다더라. 어두운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문학이야말로 가장 큰 명작이라고 생각한다”는 말로 대신했다.

대통령 선거 캠페인이 한창인 시국에 대해선 선을 확실히 그었다. 김 작가는 “노무현정부 시절 김한길 의원의 청을 거절하지 못해 취임사를 쓴 적이 있다. 연설문 중에 ‘부산에서 파리로 가는 기차표를 부산역에서 끊을 수 있다’는 대목을 제안했었다”면서 “그 이후로 정치에 발을 담그면 안 된다는 걸 절감했다. 역시 제겐 글쓰기가 소명이다. 앞으로도 독자들이 위로받을 수 있는 글을 계속 쓰겠다. 나이가 들어 속도는 느려졌으나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김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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