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한 비린내 / 황선도 지음 / 서해문집

관련 분야 학자라면 모르겠으되 보통 사람들은 바닷물고기라면 으레 ‘식탁에 오르는 수산물’쯤으로 받아들인다. 수많은 종의 해산물을 개체적 특성이 아니라 ‘먹거리’로 자연스럽게 규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사람들이 해산물에 관심을 갖는 건 오로지 맛이나 제철 같은 것들이다. 번식을 어떻게 하는지, 습성이 어떤지, 회유지역이 어디인지 등에 대해서는 별반 관심이 없다.

 책의 저자는 해양학과 어류생태학을 전공하고 수산자원생태로 이학박사가 된 토종과학자다. 바닷물고기의 습성을 연구하는 게 직업이다. 이 책은 그가 식탁으로 내려와서 독자들과 마주 앉아 들려주는 해산물에 대한 이야기다. 쓸모 있는 것과 쓸모 없는 것, 그러니까 맛이나 식탁에서의 지위로 바닷물고기를 계급화하고 차별하는 인간의 시선에 슬쩍 의문을 제기하면서, 해산물의 유래와 생태는 물론 바다 생태계의 역동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저자는 앞서 4년 전에도 주제나 서술 방식이 비슷한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이전의 책에서는 명태부터 아귀, 조기, 멸치, 갈치, 홍어 등의 습성과 생태, 그리고 맛에 대해 다뤘다. 이번 책은 그 책의 속편 격이다. 주인공은 앞선 책에서 다루지 않았던 해산물이다. 해삼, 멍게, 개불 등 횟집에서 ‘쓰키다시’(곁들이 음식)로 내는 이른바 ‘소주 반병용’ 해산물 이야기를 책 맨 앞에다 배열한 건, 식탁의 접시 위치로 계급을 매기는 행태를 짐짓 풍자하기 위한 의도인 듯하다.

 이번 책에서는 전복과 소라, 굴, 꼬막, 바지락, 도루묵, 삼치, 방어, 다금바리, 방어, 연어 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미처 몰랐던 이야기들이 한가득하다. 청해삼보다 훨씬 비싼 홍해삼이 사실 같은 종인데 서식지 수심 차이로 색이 다르다는 이야기도 그렇고, 해삼이 수온 25도를 넘으면 여름잠을 잔다는 이야기도, 가장 비싼 해삼이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산이며 두 번째가 우리 동해산이라는 것도 흥미롭다.

 횟집 식탁 앞에서 일행에게 자랑삼아 풀어놓을 수 있을 법한 이야기들도 무궁무진하다. 무분별한 남획 금지와 수중 생태계 보전에 대한 필요성, 수산자원을 지키기 위한 노력 등에 대한 내용이 책 전반에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박경일 기자 parking@ parking@munhwa.com
박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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