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 경제는 매우 중대한 기로(岐路)에 서 있다. 과거 고도 성장을 이끌었던 산업들이 경쟁력을 잃어 가고 있고, 성장이 일자리 창출을 수반하는 종래의 경제 구조로부터도 벗어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향후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야 하는 새 대통령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그러나 그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11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지만, 후보자들의 공약(公約)들을 보면 앞으로 5년 동안 대한민국을 어떻게 이끌어 가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경제 관련 공약을 보면 대체로 일자리 창출, 복지확충, 각 지역의 개발사업을 포함한 SOC 사업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런 공약들에서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에 대해 대처할 수 있을지, 그 경로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공약들을 실천하는 데 소요되는 재원 조달에 대한 계획도 분명히 내놓지 않아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런 대선 공약을 두고 한편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있을지에 대해 의심 반,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공약이 초래하는 과다한 재정 수요로 인해 국민경제에 미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걱정 반이다.
현재 1340조 원이 넘는 위험 수준에 이른 가계부채의 해결 방안도 마련되지 못할 뿐 아니라 서민층의 경제적 위기로 이어지지나 않을지 불안한 상태다. 652조 원이 넘는 국가채무와 더불어 앞으로 발생하는 공무원·군인연금의 충당부채를 포함하는, 1400조 원으로 예상되는 국가부채의 규모와 그 증가 속도 등을 감안한다면 정부가 최종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부채 규모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급격한 경제 구조의 변화로 인해 고용의 확대도 어려운 현 상황에서 볼 때 공약 사업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증세 정책도 여의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재정의 누수 현상을 방지해 재원을 마련한다는 방안도 실현되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재정적자와 국가부채의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공약을 축소해서 시행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무리한 공공부문의 일자리 확충과 과다한 복지 혜택의 확대라는 공약들이 부분적으로 시작된다면 향후 지속적으로 재정 소요를 요구하는 구조적 원인을 제공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대선 정국을 틈탄 각 지역의 민원성 개발 공약까지 본격적으로 가세하게 된다면 과다한 재정 부담으로 인해 민간 경제의 활력마저 꺾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비록 늦었지만, 이제는 대선 후보 누구든 정권을 맡게 되는 경우를 상정해서 이미 내놓은 공약들을 어떻게 정리하고 실천할 것인지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 당선자가 바로 다음 날부터 책임을 지고 국정을 이끌어 나가야 하는 촉박한 상황에서 취임 이후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고민하고 재원을 마련할 방안을 찾을 시간적 여유가 없다. 자칫 잘못 마련된 구조를 바로 잡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이 소요될 뿐 아니라, 사회적 갈등이라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된다.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경제적인 측면만 고려한 처방으로 단기간에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재정위기를 겪은 나라들의 경험에서 잘 볼 수 있다. 따라서 재정위기를 촉발하지 않으려는 사전적 노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이런 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다. 대통령의 임기는 5년에 불과하지만, 대통령이 수행하는 정책의 영향과 여파는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새로이 선출될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대선 후보는 이런 중차대한 책무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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