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세르히오 가르시아가 지난 4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마스터스 4라운드 18번 홀 연장전에서 버디를 성공한 뒤 포효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스페인의 세르히오 가르시아가 지난 4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마스터스 4라운드 18번 홀 연장전에서 버디를 성공한 뒤 포효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새 연재를 시작하며…

이번 주부터 ‘김만권의 멘털 노트’와 ‘이인세의 앤티크 골프’를 새롭게 연재합니다. 김만권(57) 연우심리개발원 원장은 연세대에서 임상 심리 석사, 학교 및 상담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한국 학교심리학회 회장을 역임, 현재 한국 학습상담전문가협회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또 골프선수를 대상으로 한 심리전문 상담 프로그램 ‘시크릿 골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김 원장은 심리학 박사로서의 해박한 지식과 70대 타수를 꾸준히 유지하는 핸디캐퍼로서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독자들에게 골프의 정신적 역할 등을 지면을 통해 전달할 예정입니다. 이인세 씨는 20년 동안 미국에서 ‘골프 앤티크 동호회’(Golf Collector’s Society)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골프 골동품 3000여 점을 개인 소장하고 있는 골프 앤티크 전문가입니다. 문화일보를 통해 1년 이상 ‘골프 인문학’을 연재했으며, 앞으로는 앤티크 골프로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선생님, 도저히 믿기지 않아요. 지금도 황당해서 말을 못하겠어요.” 분노와 아쉬움이 가득 담긴 표정의 주말골퍼로부터 자조 섞인 말을 자주 듣곤 한다. 15번 홀 버디로 ‘라베’(라이프 베스트)를 눈앞에 두고 내심 ‘이젠 됐다’고 쾌재를 부르는 순간,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일들이 벌어진다. 생전 안 나던 오비(OB), 힘이 들어가 말도 안 되는 뒤땅을 치고…. 온갖 나쁜 샷으로 마지막 3홀에서 타수를 잃고는 무너져 버린다. 왜, 어떻게 그런 플레이를 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필자도 골프를 배운 후 이런 경험을 자주 했다. 그때마다 분하고 아쉬운 감정을 삭이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이렇게 되는 건 자신도 모르게 생긴 감정의 변화, 즉 흥분 탓이다. 골퍼들은 자신이 흥분했다는 사실을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드러나게 제스처를 했던 것도 아니고, 소리를 지른 것도 아니고, 마음속으로 조용히 쾌재를 불렀을 뿐인데도 말이다.

골프가 어려운 것은 이러한 미세한 감정의 변화가 샷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로 핸디 골퍼나 프로들이 버디를 잡고 그다음 홀에서 보기나 더블보기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버디나 이글을 한 뒤엔 조심해야 한다. 물론 조심한다고 다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감정을 통제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마스터스에서 스페인의 세르히오 가르시아가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했다. 가르시아는 자주 흥분하는 다혈질 성격 탓에 ‘싸움닭’이란 별명이 붙었다. 경기 중에도 그렇다. 1999년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십에선 오크나무 아래에서 불가능해 보이는 샷을 성공한 뒤 껑충껑충 뛰며 좋아하더니, 2002년 US오픈에선 갤러리에게 욕설을 퍼붓고, 2007년 월드골프챔언십(WGC) CA챔피언십에선 파 퍼팅을 놓치자 홀에 침을 뱉기도 했다.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그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기까지 22년이 걸렸다. 이는 감정을 통제하고 다스리는데 22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는 의미와 같다.

골프를 잘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 감정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도박사처럼 표정의 변화가 없는 포커페이스가 아니라 자신의 감정 흐름을 잘 인식하고 그것을 수용하고 다스려야 한다. 다니엘 골먼이 말한 높은 감성지능(EQ)이 필요하다. 감성지능이란 첫째 진정한 기분을 자각하며 납득할 수 있는 결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 둘째 충동을 자제하고 불안이나 분노와 같은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감정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 셋째 목표 추구에 실패했을 때도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 격려할 수 있는 능력, 넷째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 다섯째 집단 내에서 조화를 유지하고 다른 사람들과 서로 협력을 할 수 있는 사회적 능력을 말한다.

골먼은 “많은 사람은 ‘나는 감정적이야!’ ‘EQ가 높아!’라면서 스스로 과대평가하며 감정 통제 능력을 키우려는 노력을 소홀히 한다”고 지적했다. EQ는 감성이 풍부한 것과는 다르다. EQ가 높다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자각’하고 ‘통제’하며,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이다. EQ의 핵심이다. 자신의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다스리는 일이다.

사회적 기술을 익히듯이 EQ도 노력으로 키울 수 있다. 마음 챙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자신의 내면과 대화하는 일, 인지행동 요법, 침묵과 명상 등을 통해 익힐 수 있다. 감정을 통제하고 다스리는 것은 골프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살아가는 데 중요한 덕목 중 하나다. 감정을 통제하고 인내하고 참을 줄 알면, 자신의 삶도 풍성해진다.

심리학 박사·연우심리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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