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7일 찾은 경남 통영시 도산면 청암산업 1공장 화물 적치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납품 물량을 옮기며 바삐 오갔던 화물트럭들도 일감이 없어 텅 빈 채 주차돼 있다.
지난 4월 27일 찾은 경남 통영시 도산면 청암산업 1공장 화물 적치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납품 물량을 옮기며 바삐 오갔던 화물트럭들도 일감이 없어 텅 빈 채 주차돼 있다.
- 조선업 위기 후폭풍… 통영·거제 협력업체 르포

인력 70여명에서 19명으로… 물량없어 1만㎡부지 텅비어
“신사업 등 생존 고군분투… 자금지원·정책도움 절실”


“한 대기업에 선박 내부 철판을 납품하던 곳 중 살아남은 업체는 우리를 포함해 두 곳뿐입니다.”

지난 4월 27일 찾은 경남 통영 지역 조선 기자재업체 청암산업의 조주석 비상생존경영TF 부장은 멈춰 선 기계 앞에서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기계 소리가 나지 않는 공장은 적막했다. 1만2754㎡의 공장 대지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적치장은 평소라면 납품을 기다리는 제품들이 꽉 차 있어야 했지만 지금은 텅 비어 있었다. 생산 가능한 물량은 2500t인데, 물량이 꾸준히 줄어 지난 3월 겨우 573t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특히 조선 위기의 주범으로 꼽히는 해양플랜트 납품 물량이 거의 ‘제로’가 되면서 매출은 이미 상황이 악화했던 지난해 10월 5억 원대에서 지난 3월 1억 원대로 급감했다. 인원은 70여 명에서 4월 말 31명까지 줄었고, 5월부터는 19명만 남게 된다.

청암산업도 다른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철판 공정 자동화 설비를 구축해 생산성을 높이는 등 생존게임을 벌이고 있다.

정연면 대표는 “구조조정에 따라 물량이 크게 줄어 도산하는 협력사가 속출하고 있다”면서 “금융권 자금지원과 4대 보험료 한시적 영세율 적용 등 정책적인 도움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조선 수주 절벽으로 ‘빅 3’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협력사 도산 등 후폭풍이 심화되고 있다. 이미 지난해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로 100여 개 중소기자재업체가 파산했고, 현재 거제, 통영, 울산, 부산, 군산 등 관련 지역이 심각한 실업난과 경기 악화에 신음하고 있다.

살아남은 일부 업체들은 신사업 발굴에 나서는 등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날 방문한 거제시에 있는 칸정공은 선박과 해양플랜트에 들어가는 알루미늄 설비 생산 업체임에도 지난해 초속 60m의 태풍에도 견딜 수 있는 스마트형 태양광 가로등을 개발해 북미와 호주 등으로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박기태 대표는 “많은 근로자가 임금도 못 받는 등 거제 지역 경기는 최악의 상황”이라면서 “가동률이 80% 이하로 떨어지면 수익을 낼 수가 없기 때문에 계속 신사업을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진흥공단 김정원 경남서부지부장은 “인력 수요가 많았던 조선업이 불황을 겪으면서 실업난도 심각해지고 있다”면서 “조선 관련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권 대출이 어려워 중진공이 올해 1분기에만 166여 개 업체를 지원하는 등 정책금융의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거제·통영 = 글·사진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
유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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