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2016년 유행했던 단어 중에 ‘샤오무뱌오(小目標xiaomubiao)’가 있다. 올해의 단어로 선정될 정도로 자주 거론되었던 단어이기도 하다. 이 ‘샤오무뱌오’는 ‘작은 목표, 소박한 목표’라는 뜻으로 실현 가능한 1차 목표를 뜻한다. 그런데 이 단어가 유행하게 된 배경을 살펴보면 중국의 씁쓸한 현실을 만날 수 있다. 발단은 중국의 한 대기업 회장의 발언에서 시작된다.

그는 중화권 최대 갑부로 알려진 왕젠린(王健林) 다롄완다(大連萬達)그룹 회장으로, 한 TV인터뷰 프로그램에 나와 부자가 되고 싶다는 학생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먼저 실현가능한 작은 목표를 잡아야 한다”며 현실적인 조언을 했다. 참 좋은 말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 다음 예로 든 사례가 황당해 화제를 몰고 왔다.

그는 “예를 들면, 가볍게 1억 위안 벌기”라고 말하면서, “5년이 걸리든 3년이 걸리든 목표 달성을 한 뒤, 그 다음 목표인 10억 위안, 100억 위안으로 넘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언뜻 보기에 별 문제 없는 발언으로 보이지만, 1억 위안이면 한국 돈 160억 원 상당의 거금이다. 그걸 가리켜 작은 목표라고 했던 것이다. 이를 이루고 나면 1600억 원, 1조6000억 원 이상을 목표로 하라는 말이 된다.

이 정도 액수라면 한국이나 중국의 일반 월급쟁이들에게는 작은 목표가 아니라, 거대 혹은 최종 목표로 삼기에도 버거운 액수임에 분명하다. 로또 일등에 당첨된다는 소시민의 꿈은 작은 목표도 될 수 없을 정도가 되니 지나친 비유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도 그는 ‘가볍게’라는 수식어까지 붙이면서 진지하게 설명했으니, 정말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 넘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왕 회장의 현실감각 없는 금수저 발언은 일반 대중 사이에서 자조 섞인 의미로 회자되며 유행어가 되었다.

현실성 없는 목표를 말하거나 어려운 목표를 쉬운 것처럼 말하는 다양한 패러디도 뒤따랐다. 물론 반발의 정도는 한국보다는 덜했지만 말이다.

왕 회장의 입장에서 보면 이해된다는 의견도 있다. 그는 중국 최고의 부자로 30조 원(2000억 위안) 이상의 재산을 지니고 있다. 당연히 1억 위안이 소액이거나 소목표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일반 국민의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발언임에 분명하다. 시골에서 올라와 뜨거운 물도 나오지 않는 달팽이 집에 거주하는 농민공(農民工)에겐 염장 지르는 발언이기도 하다. 또한 중국의 심각한 빈부격차를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데, 한국 정서와는 다른 부분이 있어 흥미롭다. 왕 회장의 외아들인 왕쓰총(王思聰)은 활발한 SNS 활동으로 알려진 유명인사다. 그런데 그가 아버지의 회사를 물려받을 생각이 별로 없다는 발언을 해서 주목받은 적이 있다. 그는 아버지의 기업을 물려받아 운영하는 것이 그다지 재미없을 것 같다고 한다. 왕 회장도 아들의 태도를 인정하고 공개적으로 전문 경영인에 대해 말할 정도다. 물론 나중에 변할 수도 있겠지만, 발상 자체만으로도 신선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알다가도 모를 나라가 중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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