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정보를 통제할 수가 없습니다. 새로운 시대가 열린 거죠. 대한민국은 수십 년간 무자비한 정보전(戰)을 겪었고 단련돼서 내성이 엄청나게 강해진 상태가 됐습니다.”
김광도가 숨을 죽였다. 대통령 서동수의 안보특보 안종관은 그림자 같은 존재다. 대통령은 서진(西進)을 말했는데 안보특보는 정보전을 이야기한다. 무슨 일인가? 안종관의 말이 이어졌다.
“중국은 동북 3성부터 정보가 개방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동북 3성에서 시작된 민주화, 자유의 쓰나미는 대륙을 덮게 될 것입니다.”
김광도는 숨을 멈췄다. 알고는 있다. 지금까지 중국 정부는 강력하게 언론을 통제했다. SNS도 마찬가지다.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보도나 시위는 엄단했다. 그런데 동북 3성이 한랜드와 공동 발전을 하면서 SNS부터 규제가 터졌다. 그럴 수밖에 없기도 했다. 한랜드 영역은 대한민국의 기준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정보의 홍수는 순식간이다. 그때 서동수가 입을 열었다.
“몇 년 전에 중국 정부는 내 회사인 동성의 중국 사업장에 온갖 압력을 넣다가 세무조사를 했고 그 전에는 사드 때문에 롯데를 무자비하게 단속했지.”
서동수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지금은 그런 일이 불가능해졌네. 동북 3성과 그 옆쪽 산둥성까지는 해방구라고 불러도 되겠지.”
안종관이 말을 받았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시위가 해마다 2배 이상으로 늘어나고 이제 그 사실은 그대로 SNS를 통해 보도됩니다.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가 영원히 지속되기 힘들다는 것을 중국 지도부에서도 알고 있지요.”
“그래서 지금이 기회네.”
서동수가 정색한 얼굴로 결론을 냈다.
“뻗어 나가게. 경제를 지배하면 곧 주민의 마음을 얻는 시대가 된 거야. 이제 민족이나 이념 따위는 필요 없어.”
“예, 각하.”
김광도가 앉은 채로 머리를 숙였다. 유라시아 그룹을 통째로 던져서 서동수와 함께 새 세상을 향해 나갈 것이다. 그때 서동수가 헛기침을 했다.
“그런데 내가 14룸시티는 처음인데, 여긴 분위기가 어떤가?”
이야기가 끝났다는 신호다. 김광도가 자리를 차고 일어섰다.
“예, 각하. 모시겠습니다.”
김광도가 누구인가? 유라시아 그룹은 한랜드 전역에 124개의 룸시티를 운영 중이다. 1개 룸시티는 그야말로 환락의 도시다. 수백 명의 아가씨와 수천 명의 종사원, 그들을 위한 병원, 탁아소, 학교, 은행까지 갖춘 ‘환상의 섬’인 것이다. 밖에 나갔던 김광도가 돌아오더니 서동수에게 말했다.
“각하, 자리를 옮기시지요.”
서동수가 일어섰을 때 안종관이 말했다.
“각하, 저는 약속이 있습니다.”
서동수가 머리만 끄덕였고 안종관은 따라오지 않았다. 김광도를 따라 옆방으로 들어선 서동수가 탄성을 뱉었다. 이곳은 한국식 요정으로 꾸며졌다. 대리석이 깔린 바닥에서 신발을 벗고 넓은 온돌방으로 올라가야 한다. 노란 장판이 깔린 방에는 이미 교자상에 산해진미가 놓여 있고 선녀 같은 한국 아가씨 둘이 웃음 띤 얼굴로 서동수를 맞는다. 한복을 입었으니 한국 선녀다.
“아이고, 좋구나”
서동수가 앞쪽에 앉으면서 감탄했다. 룸시티는 분위기가 다 다르다. 27번 룸시티는 일본식이고, 44번은 에티오피아식이라는데 서동수는 아직 가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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