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韓銀 두 자료 모두 활용
자영업자 포함 여부따라 달라
文후보 ‘153%’ 기준삼아 공약


지난해 말 한국의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78.9%일까, 153.6%일까. 4일 한국은행이 지난달 6일 국회 민생경제특별위원회에 보고한 ‘가계부채 상황 점검’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의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29.2%)보다 39.8%포인트 높은 169.0%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178.9%로 뛰었다. 그런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가계부채 공약으로 이 비율을 “150%를 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나섰다. ‘매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가계부채를 재임 기간 5년 안에 30%포인트 가까이 낮추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다른 통계를 보면 현실성은 높아진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5년 142.9%에서 지난해 153.6%로 상승했다. 같은 개념인데, 서로 다른 수치가 나오는 이유는 ‘가계’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은행은 물론 정부도 두 수치 모두를 가계부채 통계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178.9%’는 국제 기준에 따라 ‘자금순환표’ 상 가계부채를 활용한 수치다. 여기에는 일반 가계뿐만 아니라 소규모 자영업자와 가계에 봉사하는 민간 비영리단체 등도 포함된다. 이에 따른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1565조8000억 원을 기록했다. ‘153.6%’는 ‘가계신용’ 상 가계부채를 적용한 것으로, 가계 범위에서 자영업자와 비영리단체 등은 빠진다. 가계부채 규모도 자금순환표 상보다 220조 원 가량 적은 1344조3000억 원이다.

이와 관련 문 후보 측은 “금융안정보고서 상 수치를 활용해 목표를 설정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현 정부는 자금순환표 상 수치를 정책 목표 기준으로 삼은 바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4년 2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중 하나로 “2017년까지 (이 비율을) 160% 초반으로 낮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권에 따라 정책 목표 기준이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
윤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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