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너에 대해 책을 쓴다면 / 스테파니 올렌백 글, 데니스 홈즈 그림 / 청어람아이 왜냐면… / 안녕달 글·그림 / 책읽는곰
어린이가 어린이날을 기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생일을 기다리는 이유와 비슷할 것이다. 근사한 선물을 받기 때문이 아니다. 어린이날은 어른들이 어린이에게 일 년 중 드물게도 '네 마음과 네 뜻'을 물어보는 날이다. 어린이날이 다가오면 몇 번쯤 듣게 되는 부드러운 말, "뭘 하고 싶니? 어디에 가고 싶니? 원하는 걸 말해 봐라."는 물음은 "저건 아직 안 된다. 우리는 이미 결정했는데 이건 너를 위한 것이다."는 일방적 설득과 방향이 좀 다르다. 김승일은 '왜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어린이날 선물을 받지 못하는가?'라는 시에서 '그저 엄마가 알아주기를/오늘이 얼마나 중요한 기념일인지/엄마가 알아주기를'이라고 말했다. 이 시에서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의 진짜 의미는 아마도 '어린이의 마음'일 것이다.
어린이날을 맞아 푸짐한 선물보다 앞서서 어린이와 주고받아야 하는 것은 다정한 대화다. 무얼 먹이고 입히고 가르쳐야할지 챙기기에도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이지만 이날만큼은 '우리들이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너는 얼마나 대단한 가능성을 지닌 소중한 사람인지', '세계는 얼마나 놀라운 것들로 가득한지'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좋겠다. 바쁘고 쑥스러워서 못 다한 가족 간의 사랑 고백을 도와주고 어린이가 지닌 독특한 생각의 자기장을 이해하는 두 권의 그림책을 골라보았다.
'엄마가 너에 대해 책을 쓴다면'은 세상 모든 곳에 아이에 관한 책을 쓰겠다고 약속하는 엄마의 이야기이다. 엄마는 바닷가 모래 위에 '너는 더 바랄 게 없는 아이'라고 쓰고, 접시 위에 국수 가닥을 한 올 한 올 올려서 '너는 맛을 아는 아이'라고 쓴다. 길 위에 떨어진 동전을 모아서 비오는 거리에 '너는 한없이 소중한 아이'라고 쓴다. 아이의 작은 주근깨 사이에, 엄마의 주름살 사이에 놓인 투박한 손 글씨, '너는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랑으로 쑥쑥 크는'이라는 구절들은 이 그림책을 읽고 듣는 모든 이에게 뭉클하게 다가오는 명장면이다.
이 그림책 속 대화가 아름다운 것은 어린이의 장래에 대한 기대로 가득한 주문이 아니라 어린이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어린이는 자신을 둘러싼 세계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얼마만큼 자신을 믿고 응원해주는지 알고 싶다.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세계에서는 작고 약한 몸으로 어떤 자신감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책 속의 엄마는 아이와 비슷한 동작을 하며 가까이 앉는다. 어떤 과도한 명령이나 기대 없이 가끔 한 발 물러서서 지켜본다. 너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몸으로 보여준다. 문장을 따라서 읽는 것만으로 아이에게 진심을 전할 수 있는 책이다. 무뚝뚝한 성격 때문에 "사랑해!"라는 한 마디 말하기 어려웠던 부모라면 이 그림책은 마음을 고백할 절호의 기회이다. 엄마의 옷, 마룻바닥, 울타리, 벽지와 담벼락이 모두 줄무늬인 것은 '세상이 곧 책'이라는 엄마의 마음을 보여주는 숨은 장치다.
'왜냐면'은 어린이의 질문에 대해 어린이가 꿈꾸는 대답이 들어있는 그림책이다. 어른들은 어린이가 무엇을 물어보면 '몰라서 물어 본다'고 생각하고 정답을 찾아주려고 한다. 그런데 이 작품 속 엄마는 아이가 꿈꾸고 싶어서 물어 본다는 것을 잘 알고 그에 맞는 답을 건넨다. 하늘에서 비가 오는 것은 새들이 울기 때문이고, 새들이 우는 것은 물고기가 더럽다고 놀렸기 때문이라는 이 자유로운 문답은 예상과 번번이 빗나가면서 다음 장면을 어서 어서 펼쳐보고 싶게 만든다. 물고기가 자꾸만 씻는 이유, 내 바지가 젖은 이유까지 따라가고 나면 책을 읽어주는 어른도, 듣는 아이도 같이 무릎을 치고 웃게 된다. 속표지에서 유치원 선생님이 건네준 가방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었을까, 엄마는 왜 '어머'라고 대답했을까 까닭을 상상하면서 읽으면 더 재미있다. 퀴즈가 많이 숨겨진 그림책이다. 마지막 장면의 젖은 바지는 무지개 뜨기 전에 내린 소나기 때문일 수 있다. 그렇게 믿어주는 것도 어른의 몫이다.
안녕달 작가는 이 그림책 속에 전작인 '수박 수영장'과 '할머니의 여름휴가'에 나오는 이야기의 요소들을 구석구석 배치했다. 강아지 누렁이, 평상의 수박이 보일 때마다 즐겁다. 작가의 책 속에서는 이 동네 저 동네 모두 한 동네, 다같이 한가족이다. 우리는 이렇게 아이의 진심이 담긴 솔직한 거짓 세계를 믿어주며 꿈의 대화를 나누고 웃으며 더불어 사는 것이 옳다. 작가는 너는 좋은 사람, 세계는 멋진 곳이라는 생각을 내려놓지 않게 만들고 이 믿음은 책을 읽는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힘을 준다. 어린이날은 어린이를 위한 날이지만, 내 마음 속의 사랑받지 못한 작은 어린이를 위한 날이기도 하다. 그림책을 읽으면서 눈앞의 어린이, 마음 속 어린이 모두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