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시대감각 재평가도

고 이형표(사진) 감독은 데뷔작 ‘서울의 지붕 밑’(1961년) 이후 1980년대 중반까지 다양한 장르 영화를 연출했다. 감독 이름보다 작품이 유명한 이 감독의 대표작 목록은 많이 들어 본 영화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 이름이 다소 생소한 이유는 작가주의 감독이기를 고집하지 않고 상업영화의 제작환경에 맞춰 장르 영화를 꾸준히 연출했기 때문이다. ‘말띠 여대생’(1963년), ‘방자와 향단이’(1972년), ‘맹물로 가는 자동차’(1974년), ‘애권’(1980년), ‘먼 여행 긴 터널’(1986년) 등 이 감독은 코미디, 사극, 액션, 멜로 등 거의 모든 장르의 영화를 80편 이상 만들었다. 특히 코미디에서 발군의 실력을 펼친 그는 흥행 감각이 뛰어나서 영화사에 손해를 끼치지 않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황해도에서 출생한 이 감독은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주한 미 공보원 영화과 보좌관으로 취업하면서 영화 인생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1953년부터는 대한민국 공보처 영화과에서 근무하며 기록영화를 제작하게 된다. 그는 영화 제작 전반에 능력을 갖추고 있는 영화인이다. 시나리오, 촬영, 연출, 제작에 이르기까지 영화에 관한 모든 것을 직접 해결할 수 있는 감독이었다. 이 감독은 당대에는 대중적인 상업영화 감독 정도로 알려졌지만 최근에 와서 진가가 재평가되고 있다. 시대의 유행과 정서에 민감한 코미디물은 보통 시간이 지나서 보면 진부하거나 공감대가 대폭 줄어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 감독의 영화는 그런 세월의 무게를 이겨내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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