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드라마 ‘파견의 품격’.  파견의 품격 홈페이지 캡처
일본 드라마 ‘파견의 품격’. 파견의 품격 홈페이지 캡처
日 IT컨설팅·데이터 과학자 등
파견 고용 늘어…억대 연봉도


몇 해 전 비정규직 파견 노동자의 삶을 그린 일본 드라마 ‘파견의 품격’을 리메이크한 한국 드라마 ‘직장의 신’이 화제 속에 방영된 가운데, 일본에서는 이 드라마에 등장했던 주인공처럼 직장에서 파격 대우를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숙련된 노동자가 절대 부족해지고 사람을 구하지 못한 일자리마저 넘쳐나자 일거리가 끊길 걱정이 없어진 전문직 종사자를 중심으로 정규직보다 후한 대접을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금융기관용 시스템 개발을 담당하던 한 50대 정보기술(IT) 엔지니어는 지난해 직장을 퇴직하고 인재파견회사에 등록했다. 그가 파견직을 시작한 후 거둔 수입은 연간 약 1000만 엔(약 1억80만 원)으로 직장을 다닐 때보다 오히려 수입이 늘었다. 이 엔지니어는 “일거리를 골라서 할 수 있는 파견사원의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IT 인재 파견 회사 관계자는 전문성이 뛰어나면 파견사원도 정규직에 손색없는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직업 현장의 가치관이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엔지니어와 같이 전문성을 갖춘 파견직 인재들은 일본 직장사회에서 ‘귀하신 몸’이 됐다. 일본 구인정보회사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 3월 일본의 IT 기술자 중도채용구인배율(경력직 구직자 수 대비 구인자 수)는 8.08배로 3년 전 같은 시기의 5.66배보다 약 2.5포인트 높아졌다. 산술적으로 IT 전문가 1명당 8개의 일자리가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IT 컨설팅, 데이터 과학자 등 전문성이 높은 직종에서 파견사원 고용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자신의 취향에 꼭 맞는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노동시장에서 고용 불안에 시달리던 과거 파견사원들의 우려는 사라졌고 성과를 내면 정규직 이상의 충분한 임금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정규직의 임금에 대한 상식도 깨지고 있다. 2020년 도쿄(東京)올림픽을 앞두고 각종 건축 공사가 한창인 일본에서는 현장에 젊은 인력이 부족해 대졸 신입 사원의 임금 상승률이 선배 사원들의 상승률을 앞지르기도 한다. 중견 건설사인 타이세이(大成)건설은 최근 30대 전반의 젊은 직원들에 한해 기본급을 평균 6.7% 인상하기로 했다. 또 다른 건설사들은 입사 연차와 경력과 관계없이 기본급을 일정한 금액으로 올리기로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우수한 인재 획득 경쟁은 한층 격렬해지고 있다”며 “임금에 관한 상식은 과거의 것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박준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