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 다변화·한류 확산
‘콘텐츠 = 돈’ 등식 성립
기획사들 창작자 영입戰


바야흐로 크리에이터의 시대다. 방송가에서 작가와 PD 등 창작자들의 입김이 강해지는 추세다. 방송사와 스타, 그리고 스타를 거느리던 유력 연예기획사들이 쥐고 있던 권력의 추가 또 다시 기운 셈이다.

지난 3일 열린 ‘제53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N 드라마 ‘도깨비’를 집필한 김은숙(왼쪽 사진) 작가가 TV 부문 대상을 차지했다. 스타나 작품이 아니라 작가가 대상의 주인공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대상 수상작 역시 김 작가가 쓴 ‘태양의 후예’였음을 고려하면 사실상 2연패다. 2015년에는 ‘삼시세끼’와 ‘꽃보다’ 시리즈를 만든 나영석(오른쪽) PD가 TV 부문 대상의 주인공이었다. PD 출신 첫 대상이었다.

연예 권력의 중심이 PD와 작가로 넘어간 것은 그들을 둘러싼 영입 쟁탈전을 통해 엿볼 수 있다. CJ E&M의 자회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은 김 작가를 보유한 드라마 제작사 화앤담픽쳐스를 300억 원에 인수했다. 또한 ‘별에서 온 그대’를 쓴 박지은 작가와 배우 전지현, 조정석 등이 속한 문화창고 인수를 위해 350억 원을 풀었다. 한 방송가 관계자는 “스타의 경우 수익 배분 비율이 스타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회사에 큰 수익을 내기는 힘들다”며 “결국 원소스 멀티유스의 기반이 되는 드라마를 집필하는 유명 작가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높은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크리에이터 확보의 중요성을 파악한 YG엔터테인먼트 역시 MBC 예능국 출신 조서윤, 김민종, 제영재 PD를 비롯해 CJ E&M 출신 박준수, 유성모 PD 등을 영입했다. 이에 앞서 SM엔터테인먼트는 KBS 예능국 출신 이예지 PD 뿐만 아니라 서숙향 작가를 영입해 드라마 ‘미스코리아’와 ‘질투의 화신’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외에도 FNC엔터테인먼트가 계약을 맺은 ‘왔다 장보리’의 김순옥 작가는 현재 방송 중인 SBS 주말극 ‘언니는 살아있다’를 집필 중이며, JYP엔터테인먼트는 ‘미안하다 사랑한다’로 유명한 이경희 작가와 새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다.

PD, 작가 등 크리에이터가 주목받는 이유는 ‘콘텐츠 = 돈’이라는 등식이 성립되기 때문이다. 지상파 3사가 콘텐츠 유통의 중심이었던 시절에는 방송사의 권력이 막강했으나, 케이블·종편 등 채널의 다변화와 한류 시장 개척으로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아졌다. 인기 드라마 한 편이면 수백억 원에 이르는 직접 매출이 발생하고, 경제적 효과는 수천억 원에 이른다. 수시로 명멸하는 스타나 고정된 유통망보다는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할 수 있는 콘텐츠가 대접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한 유력 연예기획사 대표는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거나 영입하려는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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