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정치학

대선 투표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는 지역주의와 이념 대결 구도가 흔들리고, 정치적 진영 논리에 따라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도 약해졌다. 선거 막판에 군소 후보들이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는 기현상도 나타났다. 대한민국 선거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남은 과제는 투표의 양적·질적 성장을 이뤄내는 것이다.

독일의 저명한 법학자인 루돌프 폰 예링은 ‘권리를 위한 투쟁’이라는 저서에서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그로 인한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투표도 마찬가지다. 투표라는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은 계층은 영향력이 축소되면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20대(16.1%)와 30대(20.0%)의 선거인 수 비율은 36.1%였는데, 50대(19.2%)와 60대 이상(21.1%)은 40.3%였다. 그런데 투표자 수 비율은 30대 이하 청년층은 33.1%였지만, 50대 이상 장년층은 43.4%였다. 젊은 세대는 원래 자신들이 가진 힘보다 훨씬 과소 대표됐다. 분명 이런 ‘세대별 투표 양극화’로 표의 대표성이 무너졌다. 따라서, 이번 대선에선 모든 세대가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해 세대별 표의 가치가 똑같아져야 한다. 그래야만 ‘1표 1가치’의 평등선거가 될 수 있다.

투표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민주 국가에서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대표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이 선거에 관심을 두지 않고 투표하지 않으면 정치인들은 국민을 생각하지 않고 무시하게 된다. 그 어디에도 신성한 투표 권리를 포기할 이유는 없다.

YTN·서울신문 여론조사 결과(5월 2일), 투표하지 않을 수도 있는 이유로는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어서’(38.3%)가 가장 많았다. 후보들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후보를 찾지 못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언론과 시민단체에서 제공하는 후보들에 대한 정책 공약 정보는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문화일보는 서울대 폴랩(pollab)연구소와 함께 유권자들이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나와 딱 맞는 후보 찾기’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유권자들이 지지 정당과 이념 등에 따라 의견이 엇갈리는 21개 정책 사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면, 정책 지향 면에서 어느 대선 후보와 가장 가까운지 가르쳐 준다. 심지어 이들 정책 사항에 대해 각 후보가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도 알려준다. 시민단체인 경실련에서도 후보 선택 도우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개 정책 항목에 대한 물음에 응답하면 자신이 어느 후보와 통하는지 알 수 있다. 10분만 투자하면 유권자들이 정책과 공약을 보고 투표해 투표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자신이 던진 한 표에 책임을 지는 유권자라면 앞서 소개한 후보 선택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고, 가정에 배달된 후보들의 선거 홍보물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단언컨대, 투표하면 세상은 바뀐다. 미래를 위해 오늘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일은 총알보다 센 투표이기 때문이다.

특히, 사상 첫 ‘탄핵 대선’인 이번 대통령 선거의 경우, 당락(當落)도 중요하지만 당선자의 득표율도 큰 의미가 있다. 과거 대선에 비해 더 큰 정치적 불안정성, 그리고 개헌과 1년 뒤 지방선거 일정 등을 고려할 때 대선 이후 신(新)정치 지형 구성을 좌우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