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짧은 배터리 용량 탓 외면
배기가스 ‘無’ 친환경차로 부활
밟자마자 동력손실 없이 힘 발휘
오르막길에서도 거침없이 가속
저중심 설계로 역동적 주행 실현
‘엔진(engine) 시대에서 모터(motor) 시대로!’
전기차(EV)를 비롯해 하이브리드차(HEV), 수소연료전지차(FCEV) 등 친환경차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차량을 움직이는 동력원도 내연기관, 즉 엔진에서 전기모터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 전기차는 물론 수소연료전지차도 연료전지에서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를 얻은 뒤 모터를 돌려 차를 움직인다. 하이브리드차는 엔진도 쓰지만 저속 구간 등에서는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로 모터를 돌려 움직인다. 가히 모터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사실 전기로 모터를 돌려 달리는 차는 가솔린차보다 30년 앞선 1837년 영국 화학자 로버트 데이비드슨에 의해 탄생했다. 19세기 말 모터 특유의 소리 때문에 ‘벌새’라고 불린 전기차 택시들이 런던과 파리, 뉴욕 거리를 돌아다녔다. 당시 미국에 등록된 전기차 수는 3만 대 이상이었다. 하지만 한정된 배터리 용량이 발목을 잡았다. 1920년대 미국에서 값싸고 주행거리가 긴 가솔린차가 보급되면서 전기차와 모터는 100년 이상 도로에서 잊혔다. 하지만 이상기후와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다시 모터를 장착한 차량들이 등장했다.
엔진은 휘발유, 경유 등 화석연료를 연소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한 열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전환해 구동축을 회전시킨다. 반면에 모터는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에너지를 가져와 구동력으로 사용한다. 엔진 성능은 마력, 토크 등 지표로 구분한다. 마력은 엔진이 낼 수 있는 최대 힘을 뜻하고 토크는 엔진이 순간적으로 어느 정도 힘을 낼 수 있는지를 가늠한다. 이에 비해 모터는 얼마나 많은 힘으로 회전하느냐가 곧 성능을 의미한다. 출력이 클수록 가속에 유리하지만 그만큼 배터리 전력 소모도 높아 효율은 낮아진다.
차량 동력원이 엔진에서 모터로 바뀌면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라는 것 외에도 구동 특성에서 비롯된 다양한 특징을 갖게 된다. 엔진의 경우 엔진에서 변속기를 거쳐 구동축으로 연결되면서 발생하는 기계 손실과 관성 효과, 에너지 효율 한계로 인해 최고출력과 최대토크에 이르는 시점이 늦고 완만하다. 반면에 모터는 정지상태에서 회전이 시작되는 시점에 최대토크가 발생한다. 따라서 저속이든 오르막길이든 언제나 높은 가속력을 보인다. 테슬라 모델S 90D의 경우 고성능차 수준인 4.4초의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을 자랑하는 것도 모터 구동의 특성 덕이다.
자동차 소음의 주원인 중 하나인 엔진이 없기 때문에 정숙성 또한 뛰어나다. 엔진의 연소, 폭발, 배기 과정에서 소음 발생이 필연적인데 모터는 이 같은 소음원이 없다. 특히 초기 가속 및 고속 영역에서 상대적으로 큰 정숙성을 자랑한다. 오히려 저속 주행 시 지나치게 조용해 보행자가 차량의 존재를 알아챌 수 있도록 가상의 엔진음을 구현하기도 한다. 주행 감각에서도 적잖은 차이를 드러낸다. 변속기를 통해 유지되는 관성 에너지로 주행 효율을 높이는 엔진 구동 차량에 비해 전기차 등 모터 구동 차량은 회생제동을 통해 최대한 전기 에너지를 축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제동장치를 밟지 않아도 회생제동으로 감속되는 모터 구동 차량을 처음 운전하는 경우 어색한 경우가 많지만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효율성을 극대화하면서 브레이크 관련 부품 교체 시기도 연장할 수 있다.
또 엔진 구동 차량은 정차 시에도 변속기가 주행(D)모드에 있는 경우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면 엔진 회전수가 유지되면서 차가 전진하는 크리핑(creeping) 현상이 자연 발생해 초기 가속을 돕는 데 비해 전기차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크리핑 현상을 제거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에 따라 쉐보레 볼트 EV 등 일부 모터 구동 차량은 운전자의 어색함을 없애기 위해 주행모드에서 크리핑 현상을 지원한다. 한편 과거에 등장한 전기차 등 친환경차는 전용 플랫폼(차체 구조)이 아닌 기존 차체에 모터와 배터리를 얹은 데다 효율성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운전하는 재미가 없다’는 평이 많았으나 최근 출시된 차량들은 경량화와 저중심 설계, 출발 직후 최대토크를 내는 모터 특성 등으로 역동적 주행 감각을 전달한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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