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적이지 않고 조언 잘 들어
정치 지도자 이미지 약한 단점


‘소통에도 능한 원칙주의자’, ‘잘 듣지만 결국 사회자 리더십’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과 관련해서는 항상 대조적인 평가가 함께 나온다. 원칙주의자이면서도 소통 능력이 좋은 것으로 평가받지만, 동시에 결단력과 같은 정치적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폐쇄적인 패권주의 논란에서 계속 자유롭지 못했는데 이번 대선 과정에서는 그런 지적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 이를 두고 문 대통령 리더십의 진화가 본격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문 대통령의 좌우명은 ‘어려울수록 원칙으로 돌아가라’다. 당장은 원칙을 지키는 것이 손해인 듯해도 원칙을 지키는 것이 결국 더 좋은 결과가 된다는 취지다. 세월호, 탄핵 촉구 촛불집회 등 주요 사안에 대해 자신만의 원칙을 지킨 것은 문 대통령 청와대 입성의 원동력이었다고 할 수 있다.

모든 현안을 직접 챙기는 스타일도 원칙을 중시하는 성격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측근은 10일 “모든 것을 직접 공부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라며 “정치를 오래 한 사람은 주요 현안에 대한 메시지도 간단한 보고만 듣고 결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문 대통령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에는 과로로 인해 임플란트를 10개나 하는 등 몸이 피곤해도 해야 할 일은 반드시 해야 하는 스타일이다.

원칙을 중시하기 때문에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는 인상도 주지만 주변에서는 문 대통령을 “참모들의 얘기를 잘 듣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리더”라고 평가한다.

2012년 대선부터 문 대통령 측에서 활동했던 한 인사는 “참모들과 회의를 하면 의견을 잘 수용하고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든다”며 “권위적인 모습을 전혀 찾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 주요 후보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았지만, 변화에 민감하고 젊은층과도 잘 소통할 수 있다는 점도 문 대통령이 가진 장점으로 꼽힌다.

이러한 문 대통령의 리더십은 지난해 총선과 이번 대선 기간 남다른 인재 영입 실적으로 이어졌다. 표창원·김병관 의원,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유웅환 전 인텔 수석매니저 등의 영입은 문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당 내외의 평가다.

문 대통령 리더십의 약점은 정치 지도자의 이미지가 약하다는 것이다. 당 대표 시절 비주류의 끊임 없는 공격에 시달렸는데 이를 돌파하는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대표 임기를 채우지 못했고 2016년 총선 사령탑 자리도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에게 넘겼다. 다만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안팎에서는 문 대통령이 경선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본선 선거 과정에 내부 균열을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그동안 부족했던 정치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갖춰가기 시작했다는 기대도 나온다.

중요한 문제에 대해 말이 자주 바뀌어 무책임하다는 지적을 받은 것도 문 대통령이 고쳐야 할 점으로 꼽힌다. ‘2007년 유엔 인권 결의안 기권 과정에서 북한에 먼저 물어봤다’는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회고록 파문이 났을 때 문 대통령은 여러 차례 말을 바꿨고, 그 과정에서 “기억이 잘 안 난다”고 말해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열성 지지자들의 비문(비문재인) 의원들에 대한 ‘문자 폭탄’ 공격과 관련해서도 자제를 요청하다가도 “정치인이라면 그런 문자도 받을 줄 알아야 한다”, “양념 같은 것”이라고 발언해 비판의 대상이 됐다.

민주당의 한 비문 의원은 “자신이 중심을 잡고 입장을 정하기보다는 주요 측근의 말을 그냥 옮기는 듯한 인상을 줬다”며 “앞으로 고뇌에 찬 결정을 많이 해야 하는데 대통령이 참모를 이끌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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