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립시다. 우리들의 담로, 백제방에 대한 역사 연구는 이제 막 시작되었어요. 자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김동일이 머리를 끄덕였다. 요즘도 신라의 경주가 중국의 낙양이었다는 자료가 나오고 있다. 선덕여왕이 신라의 국화로 정했던 모란(牧丹)은 지금도 낙양에 가면 흔하지만 정작 경주에는 드물다. 황룡사 터가 낙양의 백마사(白馬寺) 옆쪽에 영녕사의 옛터로 발굴되어 있는 것이다. 영녕사가 바로 황룡사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신라, 백제, 고구려가 중국 중원에 자리 잡고 있었다는 증거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때 김동일이 입을 열었다.
“저도 백제가 중국 대륙에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중국에 한국의 지명과 흡사한 곳이 수없이 많더군요. 그 지명과 연결시켜 보면 역사가 뒤바뀐 것 같다고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합니다.”
“일본이 36년간 한반도 역사를 다시 만든 것처럼 말이오.”
서동수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역사 바로찾기 운동이 시민에서부터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바로 민족에 대한 자긍심을 느꼈기 때문이지요.”
“중국이나 일본 정부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강제로 차단시켰다가는 역효과가 날 것 같아서 주저하고 있다고 합니다.”
따라 웃은 김동일이 말을 이었다.
“역사를 바로잡는 일도 중요하지만 새 역사는 반듯이 세워야지요.”
“김 총리가 잘 하실 거요.”
“아니, 저는 아직 멀었습니다.”
술잔을 내려놓은 김동일이 정색하고 서동수를 보았다.
“아직도 부족합니다.”
“앞으로는 영도력 따위가 필요 없는 세상이 될 겁니다.”
서동수가 한입에 술을 삼키고는 말을 이었다.
“우리는 그 틀을 잡는 역할만 하면 됩니다.”
그때 옆쪽 문에서 선녀 둘이 나타났다. 방금 역사 이야기를 하고 난 참이어서 그렇게 보였는지 모른다. 둘 다 발목까지 덮이는 자주색 실크 가운을 걸친 차림이다. 술잔을 내려놓은 서동수가 감탄했다. 어느덧 얼굴이 환해져 있다.
“어이구, 어서 오너라. 신라 공주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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