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은 더는 특정인을 위한 호사가 아니다. 누구라도 접근할 수 있는 생활문화다. 소박한 자신만의 정원을 꿈꾸는 사람들은 물론 풀과 꽃, 나무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힐링이 되는 이야기가 됐으면 한다.”
10일 ‘정원생활자’(궁리)를 펴낸 오경아(50) 씨는 저자이면서 동시에 국내엔 아직 낯선 ‘가든 디자이너’다. 가든 디자이너는 기존의 조경 전문가와는 좀 다르다. 조경이 정원의 설계와 시공 등 기술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가든 디자인은 여기에 역사·철학·예술 등 인문학을 도입한 개념이다. 정원을 구성하는 꽃 한 송이의 유래와 의미, 삶의 토대이자 예술적 영감을 주는 공간으로서의 정원의 역할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것이다.
오 씨는 원래 방송작가였다. 1989년부터 2005년까지 16년간 ‘지금은 라디오시대’ 등의 인기 프로그램 작가로 일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일에 지친 자신을 발견했고, 일단 쉬면서 주변의 꽃과 나무에 눈을 돌리던 중 정원에 매력에 빠졌다. 그 길로 오 씨는 도전 정신 하나로 영국 에식스대로 유학을 떠났다. 하지만 호기심에서 시작된 공부는 그 뒤로 7년간 계속됐다. 가든 디자인 박사 과정까지 수료하고 중간에 1년간 영국 왕립식물원인 큐가든에서 정원사로 ‘실전’ 경험을 쌓았다.
그때 ‘소박한 정원’이라는 책을 처음 썼다. 이 책은 그 뒤로 이어온 정원 시리즈의 7번째 결실이다. “취미로 시작한 게 이젠 평생을 배우고 싶은 일이 됐다. 정원에는 배울 거리가 많고, 삶의 방향을 보여주는 무언가가 숨어 있다. 많은 사람과 이를 나누고 싶다.”
책에는 총 178가지의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담겼다.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는 뛰어난 정원사였다. 그는 그림으로 표현할 수 없는 식물의 색감을 연구하기 위해 남부 프랑스의 시골 지베르니에 직접 정원을 만들었다. 지베르니 정원은 지금도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우리가 즐겨 먹는 토마토는 오해와 편견의 식물이었다. 중앙아메리카가 원산지로, 1544년 이탈리아에 전해졌는데 당시만 해도 토마토는 빨간색이 아니라 노란색이어서 ‘포모도로’(노란색 사과)라는 이름을 얻었다. 더구나 아메리카 원주민은 토마토를 마약성 최음제로 여겼고, 이런 이유로 토마토는 약 250년간 마약성 채소로 분류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천연살충제 유칼립투스, 잃어버린 우리 식물 ‘미스 김’ 라일락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져 있다.
2012년 귀국한 오 씨는 현재 집도 아예 강원 속초로 옮겨 ‘정원생활’을 실천하고 있다. 설악산이 보이는 중도문 마을에 ‘정원학교’를 세워 강좌를 열고, 정보를 나누고 있다.
“얼마 전 아침방송에 출연했는데 정원에 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새삼 알았다. 향후 속초에 정원문화센터를 만드는 게 꿈이다. 이를 통해 정원문화는 물론 지역 문화를 활성화할 수 있다면 좋겠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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