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병까지 앓고 있는 ‘골프 황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미국·사진)의 시대는 저물었을까. 우즈가 얼마 전 네 번째 허리 수술을 받았다는 말을 들었다. 이제 우즈의 재기에 대한 기대는 다들 접었을 것이다. 그간 우즈의 재기 가능성을 두고 엇갈린 평가를 했다. 심리전문가인 필자는 오래전부터 우즈의 재기는 불가능하리라고 생각했다. 이유는 많다.

첫째, 주의력 장애 때문이다. 우즈는 올해 초 복귀전까지 새로운 기술을 연마했다. 하지만 막상 경기하면서 그 기술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었다. 다시 말하면 주의력 장애가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는 데 방해가 됐다는 뜻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스트루프 효과(stroop effect)’라고 한다. 글자와 이 글자가 나타내는 의미인 실제 색상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반응시간이 주의에 따라 달라지는 효과를 말한다. 예를 들어 ‘빨간색’이라는 글자가 빨간색이 아닌 노란색으로 적혀 있는 경우, 이를 인지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리거나 혹은 잘못 말하기도 하는 현상이다.

골프는 그 어떤 운동보다도 많은 도구와 기술이 필요하다. 또 18홀을 돌면서 똑같은 조건은 단 한 번도 없기에 선수는 상황마다 완벽하게 공을 치는 법을 익혀야 한다. 이를 위해 매일, 수년간 연습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우승할 수 있다. 거의 의식하지 않고도 정확한 샷을 할 수 있을 때 최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우즈가 그동안 황제로 군림할 수 있었던 비결은 수많은 경우의 수에서 그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올해 우즈는 새로운 기술로 무장했지만, 막상 필드에선 스스로 과거의 우즈인지, 현재의 우즈인지 순간순간 헷갈렸고 이는 새로 연마한 기술을 사용하는 데 방해가 됐을 것이다.

둘째, 기억력 장애 발생이다. 기억력 장애는 기억이 간섭, 방해받기 때문에 생긴다. 새 정보의 학습이 이전에 학습한 정보 때문에 방해받는 경우, 순행 간섭(proactive interference)이라고 부른다. 우즈는 아직도 수많은 갤러리를 몰고 다닌다. 우즈의 샷 하나하나에 갤러리들의 탄식과 환호가 교차하기 일쑤다. 우즈도 인간이다. 갤러리들의 환호성에 우즈는 자신이 새로운 기술을 익혔다는 점을 잠시 망각할 것이다. 우즈는 자신도 모르게 갤러리들의 함성에 파묻혀 이전의 기술을 사용해 버리고 만 것이다. 샷 미스는 당연한 결과다. 현재 우즈의 몸은 이전의 기술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이다. 무리하게 이전의 기술을 사용하니 샷이 망가지는 건 물론 병이 다시 도질 수밖에.

셋째, 심리적인 위축이다. 실수로 인해 당황하게 되고, 심리적으로 위축돼 자신감을 잃는다. 우즈가 아무리 강심장의 소유자라고 할지라도 거듭되는 실수와 실패를 견디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또 가정과 사회적인 환경들도 심적, 정서적으로 그를 힘들게 했다. 경제적 상황도 크게 달라졌다. 잘 나갈 때는 한해 1억2000만 달러(약 1440억 원)까지 벌었던 우즈다. 하지만 지금은 광고 수입도 크게 줄었다. 광고수입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자존심이 걸린 일이니.

이런 악조건에서도 재기를 노리는 우즈는 정말로 칭찬받을 만하다. 그러나 또다시 허리 수술을 받았기에 우즈가 재기를 위해 꿈틀거릴지, 아니면 은퇴할지 아무도 모른다. 우즈가 성공적으로 재기하려면 과거의 우즈를 완벽하게 잊어야 한다. 완전한 새 출발이 필요하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그리고 땀을 흘리며 노력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만약 우즈가 다시 일어선다면, 우린 우즈의 첫 번째 골프 스승인 루디 듀란이 한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길 것이다. 당시 우즈는 네 살이었다. 듀란은 이렇게 표현했다. “놀라서 자빠질 뻔했어요. 믿을 수 없었죠. 어드레스 자세가 완벽하고, 클럽 백스윙의 정점까지 흠잡을 데 없는 자세로 공을 치는 거예요. 꼭 모차르트 같았어요.”

심리학 박사·연우심리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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