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분만에 집 잿더미 변해”
화마 휩쓴 흔적 곳곳 남아
39가구 84명 이재민 막막
“산불로 삶의 터전이 삽시간에 잿더미로 변해 전 재산을 잃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돼야 지원금으로 재기할 수 있는 희망이 생기는 만큼 이에 모든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대형 산불이 발생한 지 1주일이 지난 13일 오전 피해가 가장 큰 강원 강릉시 성산면 관음 1·2리의 마을 안쪽 농어촌도로 주변에는 화마로 나무들이 타거나 그을린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마을 곳곳에서는 굴삭기와 덤프트럭을 동원, 전소된 주택 철거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하루아침에 알거지 신세가 된 이재민들은 1∼2시간 만에 집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자 눈물만 글썽일 뿐 망연자실한 채 넋을 잃은 표정이었다. 5년 전 전원생활을 꿈꾸며 대출금으로 고향 마을 관음2리 야산 중턱에 아담한 집을 마련해 마당에 야생화를 키우며 살다 이재민이 된 최동순(55·한국폴리텍대 교수) 씨는 “잠자던 딸을 깨우고 태어난 지 23일 된 외손자를 포대기에 싸서 빠져나온 뒤 3∼4분 만에 순식간에 전소했다”며 “가족은 모두 무사해 다행이지만 대출금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숨만 내쉬었다. 1주일째 경로당에서 생활 중인 한옥선(여·83), 전향옥(여·57) 씨 모녀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지원하는 다세대주택으로 일단 이주해 살 계획이나 평생을 산 고향인 이곳에 다시 집을 짓고 사는 것이 소원”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재민들의 안타까운 사연에도 불구, 실질적 지원은 재난관리기본법에 따른 주택 주거비(최대 3000만 원 한도 자부담 10% 등 실질지원 900만 원)와 구호비(1인당 48만 원), 세금 감면 등 미미한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지난 6일 강릉시 성산면 어흘리에서 등산객 실화로 추정되는 산불이 발생해 강릉에서만 39가구 84명의 이재민이 발생하자 전국에서 구호물품과 성금이 답지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복구에는 턱없이 부족해 시는 정부 차원의 피해 복구 지원을 위한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요청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돼야 국민 관심이 커져 성금·후원금과 산림복구를 위한 지원금도 늘어나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재원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관음1리에서 표고버섯과 약초 등을 재배하며 ‘우리농원’을 운영하던 조인영(58) 씨는 “농원 안쪽의 집과 비닐하우스, 저온저장고 등이 모두 불에 타 농사를 포기하고 용역 일을 다녀야 할 형편”이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그는 특히 “농민들은 돈이 없어 이재민용 장기저리 대출·융자를 알선해줘도 갚을 능력이 없고, 시와 LH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지원하는 컨테이너도 1년 후 회수하는 데다 임대주택은 입주한 뒤 2년 후 나와야 한다는데 그 후에는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많은 돈이 들지 않는 만큼 영구 무상지원하는 등 전폭 지원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상원(57·관음 1리) 씨는 “공무원으로 재직하다 건강 문제로 퇴직한 뒤 퇴직금을 쏟아붓고 대출까지 받아 지난 2월 주택과 주변 임야 등을 총 5억 원에 매입하고 두릅을 재배하며 조경수 등으로 늘려 농원을 가꾸려던 계획이 잿더미로 변했다”며, “피해액에 가까운 금액이 지원되지 않으면 재기 가능성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릉 = 고광일 기자 kik@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