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아 포기않고 끝내 졸업시켜
“부족한 내 지도에 따라 학교를 무사히 졸업해준 말썽꾸러기 녀석들이 지금은 가장 그립습니다.” 경기 의왕시 제정 ‘큰 스승상’의 28번째 주인공으로 선정된 함희구(58·사진) 의왕 우성고 교사는 15일 이같이 수상소감을 밝혔다. 큰 스승상은 남다른 교육열로 사표(師表)를 보여준 교사에게 주는 표창으로, 시는 지방자치단체로선 이례적으로 1990년 이후로 스승의 날마다 수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함 교사는 지난 1986년 우성고 체육 교사로 부임한 이래 지덕체(智德體)를 갖춘 전인적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그가 지도한 교내 여자농구팀 선수 중에는 서울대나 이화여대 등 체대에 입학한 학생도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비평준화 시절 학업 성취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던 우성고에서 명문 체대생이 줄줄이 배출된 것은 학교의 자랑거리이기도 했다.
하지만 함 교사는 “공부 잘하는 모범생보다는 문제아에게 더 애착이 간다”고 했다. ‘호랑이 선생님’으로 악명(?) 높았던 그의 지도 속에 끝까지 학업을 마칠 수 있었던 학생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홀어머니와 사는 제자가 있었는데, 가출도 밥 먹듯 하던 녀석을 ‘술래잡기’하듯 쫓아다녀 겨우겨우 졸업시켰다”며 “나중에 찾아와 자동차정비소에서 일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다던 제자의 얼굴이 지금도 눈앞에 아른거린다”고 회상했다. 남학생에게 까까머리를 강요했던 시절, 긴 머리를 고집하며 말썽을 피웠던 한 제자와는 이제 형·동생처럼 가깝게 지낸다. 함 교사는 “31년간 한 학교에서 수많은 제자와 인연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은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라며 “교편을 놓는 날까지 동료 교사들과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을 실천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의왕=박성훈 기자 psh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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