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가격을 고가로 조작해 수십억 원을 해외로 빼돌린 후 다시 국내에서 이를 찾아 호화생활을 해온 기업체 대표 등이 세관 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관세청은 홍콩에 세운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통해 물품을 수입하면서 가격을 실제보다 부풀려 세관에 신고한 후 74억 원 상당을 해외로 빼돌린 J사 대표 김 모 씨와 임직원 등 4명을 재산 국외도피, 범죄은닉수익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적발했다고 15일 밝혔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들은 빼돌린 재산 중 52억 원을 페이퍼컴퍼니의 배당금으로 위장해 개인 비밀계좌에 입금하고, 이 계좌와 연계된 국제직불카드를 발급받아 국내에서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해 찾는 방식으로 범죄자금을 세탁했다. 국제직불카드를 이용한 신종 무역금융범죄가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비자금 조성을 위해 미리 홍콩 법인 설립 대행사를 통해 범행수법을 치밀하게 모의했다. 홍콩으로 빼돌린 비자금은 정상 수익금으로 가장하기 위해 홍콩당국에 주주 배당금으로 신고했으며, 각자 개인 명의의 홍콩 비밀계좌로 이체한 후 해외은행 직불카드를 발급받았다. 이를 통해 찾은 현금은 해외고가브랜드 핸드백, 고가의 수입자동차, 부동산을 사들이는 등 호화사치 생활을 하는 데 썼다.

김용철 관세청 외환조사과장은 “이번에 적발된 것과 같은 신종 수법의 범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는 한편, 금융정보분석원(FIU)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도 나서겠다”고 말했다.

관세청은 앞서 2월부터 대외거래를 악용한 비자금 조성이나 국부(國富)유출 등 기업비리를 엄하게 다스리기 위해 무역금융범죄 전담수사팀을 중심으로 무역금융범죄 특별단속을 진행하고 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이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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