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벽 기초층에서 최초 확인
당시 체질·식생활 밝혀질 듯
이슬람 터번 쓴 토우도 나와
출토된 목간에 ‘丙午年’ 쓰여
526년으로 확인땐 국내 最古
제물(祭物)로 추정되는 인골 2구가 신라 천년고도 경주 월성(사적 제16호) 발굴조사에서 나왔다. 사람을 제물로 쓴 흔적이 확인된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또 이슬람의 전통 복식인 터번을 쓴 토우(土偶)도 함께 출토됐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16일 경북 경주시 교촌안길 38번지 경주 월성 발굴조사 현장에서 언론 공개회를 열고 2015년 3월부터 진행해온 결과를 밝혔다.
이번 조사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흙으로 쌓은 서쪽 성벽 기초층에서 발굴된 사람뼈 2구다. 한 구는 정면으로 바로 누워 있고, 다른 한 구는 반대편 인골을 바라보는 자세로 얼굴과 한쪽 팔이 약간 틀어져 있다. 두 구 모두 얼굴 주변에 수피(樹皮·나무껍질)가 확인됐다.
성벽 속 인골이 확인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성벽 건축과정에서 사람을 제물로 사용한 풍습은 고대 중국(BC 1600∼1000년)에서 성행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엔 제방이나 건물을 축조할 때 주춧돌 밑에 사람을 묻으면 건물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인주(人柱) 설화로만 전해져왔다. ‘고려사’에 보면, 충혜왕 4년(1343년) 때 ‘왕이 민가의 어린이를 잡아다가 새로 짓는 궁궐의 주춧돌 아래에 묻는다는 유언비어가 돌았다’는 설화가 있을 뿐이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발굴된 인골을 대상으로 자연과학적 연구를 하고 있다. 인골의 성별·연령 등을 확인하기 위한 DNA 분석, 콜라겐 분석을 통한 식생활의 복원, 기생충 유무의 판단을 위한 골반 주변 토양 분석 등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당시 사람들의 체질적·유전적 특성이나 식생활, 건강상태 등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그드인(Sogd人)’으로 추정되는 터번을 쓴 토우도 발견됐다. 소그드인은 중앙아시아 소그디아나를 근거지로 하는 이란계 사람을 말한다. 이번 터번 토우는 눈이 깊고, 오른쪽 팔까지 늘어뜨린 터번을 머리에 두르고 있다. 팔 부분엔 소매가 좁은 카프탄(이슬람 셔츠)을 입고 있다.
당(唐)나라 시대 호복(胡服)이라고 불렀던 소그드인의 옷과 모양이 비슷해 페르시아 복식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제작 시기는 약 6세기로, 현재까지 출토된 소그드인 토우 중 가장 앞선 시대의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월성 해자(垓字)에서 7점의 목간(木簡·기록용 나무 막대)이 나온 가운데 이중 ‘병오년(丙午年)’이라고 쓰인 것도 있어 정확한 연대가 확인됐다. 병오년은 60년 만에 한 번씩 돌아오기 때문에 법흥왕 13년(526년)이나 진평왕 8년(586년)으로 볼 수 있다. 이 시기의 이두(吏讀)가 적힌 목간과 새로운 관직명, 당시의 동식물명 등이 쓰인 것도 함께 발굴됐다.
526년이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고, 586년일 경우는 신라 왕경 내 최고(最古)가 된다. 6세기 신라에서 문자 활동이 활발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이 외에도 곰의 뼈가 처음 나왔고, 소나 돼지 등을 도축한 흔적도 확인됐다.
경주 =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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