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욱 경희대 교수·경제학, 한국제도경제학회장

인류 역사에는 부인할 수 없는 두 가지 사실이 있다. 하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도입된 이후 잘살게 됐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채택한 나라들은 모두 풍요와 번영을 누렸고, 그 반대로 간 나라들은 망하거나 고통을 겪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의 경제성장률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의 평균 성장률은 5.32%, 노무현 정부 4.4%. 이명박 정부 3.22%, 박근혜 정부 2.9%를 기록했다. 우리의 경제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자본주의 시장경제로부터 점점 멀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가 경기부양, 보편적 복지, 동반성장, 경제민주화란 이름으로 경제에 개입하며 규제를 강화하고 정부를 키워온 탓이다.

새 정부가 출범 일주일째를 맞았다. 새 정부의 과제는, 추락하고 있는 성장동력을 끌어올려 경제를 회복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자본주의 시장경제로부터 멀어져간 우리 경제 시스템의 방향을 되돌리는 일이다. 정부의 경제 개입을 줄이며 규제를 풀고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하며 세금을 낮춰야 한다. 그래야 기업 활동이 살아나고 외국 기업들이 투자를 늘릴 뿐 아니라 외국으로 나갔던 기업들이 되돌아오면서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이는 지금 일본과 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기업과 노동 관련 각종 규제를 풀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규제 1개를 신설하면 2개를 없애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법인세율을 35%에서 15%로 내리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일본에선 기업 투자가 일어나고 기업들이 속속 유턴하면서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은 이와는 전혀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보면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과 정부가 주도해 공공 일자리 81만 개를 포함해 모두 131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공공부문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올해에만 10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겠다고 한다. 재정을 투입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증세가 불가피하다. 그렇게 되면 민간경제가 살아나는 게 아니라 되레 위축돼 경제가 더욱 침체될 것이다.

경제 원리는 매우 분명하다. 또 복잡하지도 않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만 만들어 주면 된다. 그러면 인센티브에 따라 기업과 개인들이 열심히 활동하게 되어 경제가 활력을 찾고 성장하게 된다. 경제는 원리대로 움직인다. 희망하고 바란다고 해서 그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고층건물에서 뛰어내리고 싶다고 뛰어내린다면 그 결과는 중력의 법칙에 의해 정해질 뿐이다. 마찬가지로 특정한 경제정책의 실제 결과는 우리의 희망이나 바람과는 전혀 관계없다.

경제 문제를 원리가 아닌 정치적 선입견과 감정으로 풀려고 했던 나라들은 모두 쇠락했다. 제1차 대전 전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부유한 국가 중 하나였던 아르헨티나는 지나친 인기영합적인 복지정책으로 지금은 최하위 국가가 됐다. 정부 개입이 늘고 큰 정부로 간 결과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자유를 보장하는 제도를 실현하며 찬란한 문명과 문화를 남긴 위대한 역사를 가진 그리스는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가 이끄는 사회당(PASOK)과 그 뒤를 이은 신민당(New Democracy)의 경쟁적인 인기영합적 정책들 때문에 경제적 파탄을 겪고 있다.

미국과 영국 역시 큰 정부와 복지 제도의 확장으로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고 활력을 잃어갔었다. 이런 위기에서 국가를 구해낸 인물이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였다. 규제를 완화하고, 세금을 낮추고, 정부 지출을 줄이며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멀어져간 경제 구조를 개혁하자 경제가 되살아난 것이다.

문 대통령이 규제를 풀고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하며 세금을 낮추면서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리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으로부터 강력한 반대와 엄청난 비난을 받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국익과 국가를 위해서는 국민을 설득하며 그 길을 가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을 정말 잘사는 나라로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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