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협 사회부장

서초동은 그야말로 태풍의 눈 한가운데 있다. 검찰개혁·사법개혁의 태풍이다. 진원지와 강도는 여느 때와 다르다. 검찰개혁은 우호적인 여론을 등에 업은 문재인 대통령의 강력한 드라이브를 통해, 사법개혁은 정권 차원뿐 아니라 일선 판사들의 밑으로부터의 자발적인 움직임과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 법조계를 아우르는 개혁 태풍은 객관적 여건 측면에서도 어느 때보다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임명받기가 무섭게 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벼랑 끝에 서 있던 개혁 대상 검찰도 일정 정도 수긍하지 않을 수 없는 기류다. 끊이지 않는 검사 연루 비리, 일련의 국정농단 수사와 재판을 지켜본 국민은 ‘무소불위’ 검찰에 우호적일 리 없다. 또 법무부와 검찰 고위층의 부적절한 식사와 용돈 주고받기 사건으로 궁지에 몰려 있다. 번번이 실패했던 국회 통과도 이번에는 기류가 좀 다르다.

이게 다일까. 주관적·객관적 측면 모두 외형상으로는 동력 확보가 됐다고 해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난관은 수두룩하다. 자칫 잘못하면 개혁이 수포로 돌아갈 지뢰밭 일색이다. 단계론이든, 동시개혁론이든 수십 년 시도했다가 번번이 실패했던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치밀한 액션 프로그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뜻대로 안 되는 이유다. 문 대통령도 사법개혁,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을 하나의 패키지로 해결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게다가 개혁에는 저항이 뒤따른다. 벌써 검찰 내부에선 “왜 시민단체처럼 구느냐” “너무 가볍거나, 고도의 정치 행위이거나”라는 반응이 나온다. “공수처만 만들어지면 검찰 권력 문제가 해결된다는 인식은 환상”이라는 회의론도 나온다. 옥상옥 우려 역시 크다.

이런 요인들 때문에 힘을 집중시켜도 모자랄 판인데 초기부터 개혁 동력을 분산시키는 우(愚)가 포착된다. 다수의 적을 만들고, 전선을 여러 개로 분산시킬 경우 정작 중요한 바에 집중할 수도 없다. 현 정부가 적폐청산을 공약집 ①번에 위치시켜 놓을 만큼 중대 과제로 인식하고 있음은 모르지 않는다. ②번이 권력기관 개혁이다. 중요도를 고려한 배치겠지만 ①번이 반드시 성공해야 ②번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인과관계식의 알고리즘 개념이라면 성공확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선순위에 따라 차근히 진행해도 될 일을 하는 김에 한 번에 해치운다는 식으로 하다간 동력만 저하될 수 있다. 검찰개혁은 시스템에 집중돼야지, 특정인·특정세력을 겨냥한 찍어내기로 오해받으면 곤란하다. 일반 다수뿐 아니라 개혁 대상도 수긍하게 만들어야 효과가 크지 않겠는가. 15일 퇴임한 김수남 전 검찰총장은 “정의가 지나치면 잔인하게 된다” “수사의 미덕은 절제에 있다”는 등 뼈있는 말을 남겼다. 조 수석이 검찰을 지휘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직후 문 대통령이 수사를 지시하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내놓은 것도 매끄럽지 못했다. 청와대의 하명 수사는 현 정부도 청산해야 할 적폐로 규정하지 않았던가. 쌓이는 오해는 개혁 동력을 갉아먹을 수밖에 없다. 사법개혁 과제도 만만치 않다. 진정 무엇을 성공시킬 수 있고, 또 반드시 성공시키는 게 미래지향적인지에 대해 냉철하게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할 때다. jupite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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