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마피아 68명 체포

난민에 음식 공급 하청 따낸뒤
구입 부풀려 공적자금 가로채
성직자,종교 지도 명목 돈받아


이탈리아 마피아가 유럽 최대 난민센터 중 한 곳의 운영에 개입해 수천만 유로를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탈리아 경찰은 사건에 연루된 68명을 체포했으며 이들 중에는 가톨릭 자선단체 책임자와 해당 교구의 신부 등 성직자도 포함돼 있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15일 도이체벨레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경찰은 1500여 명의 난민을 수용하고 있는 이탈리아 이솔라 디카포 라추토 섬의 난민센터 운영과 관련해 사기 및 횡령 등의 혐의로 마피아 조직원을 비롯한 68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칼라브리아주를 주 무대로 활동하는 마피아 아레나파는 난민센터 운영에 관여하며 3200만 유로(약 395억 원)를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아레나파는 난민들에게 제공하는 음식 공급의 하청을 따낸 후 실제 난민들에게 제공한 음식보다 더 많은 양을 구매 목록에 기입하는 방식으로 2006~2015년까지 난민센터에 지원된 공적 자금을 가로챘다. 이에 대해 반(反) 마피아 위원회 로지 빈디 위원장은 “난민센터가 그동안 마피아들의 현금지급기 역할을 해 왔다”고 비판했다.

체포된 사람 중에는 난민센터 운영을 맡고 있는 가톨릭 자선단체 미세리코르디아의 책임자인 레오나르도 사코와 이 지역 교구의 신부인 에도아르도 스콜디오도 포함됐다. 마피아들과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는 사코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마테오 렌치 전 총리와 찍은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는 등 폭넓은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또 미세리코르디아는 아프리카 난민들이 유럽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관문인 이탈리아 람페두사섬의 난민센터 운영도 맡고 있어 수사 당국은 마피아들이 다른 난민센터의 운영에도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마피아들이 연루된 다른 사건들이 밝혀질 것”이라고 밝혔다. 스콜디오 신부는 “종교적 지도”를 명목으로 올해에만 아레나파로부터 15만 유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이솔라 디카포 라추토섬의 난민 캠프 비리 의혹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13년에 발표된 난민 건강 보고서에는 난민들이 유효기간이 지난 음식들을 받고 있으며 그마저도 매우 적은 양이라는 내용이 공개된 바 있다. 이어 2014년에는 난민센터에 머무르는 인원이 과장돼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2015년에는 난민센터 운영자들이 난민들을 굶겨 공적 자금을 가로채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마피아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 니콜라 그래테리는 “만약 (마피아들이 운영에 개입한) 난민센터가 500명에게 음식을 제공한다고 기입했다면, 단 300명만 음식을 받고 나머지는 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명진 기자 jinie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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