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남’‘삼일한’ 등 비하 대결
화장실 안전 정비도 갈길 멀어
한국 사회에 ‘여혐’(여성 혐오)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강남역 살인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흘렀지만, 의미 있는 사회적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사이 여혐 행태는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다. 여혐에 대한 반작용으로 등장한 ‘남혐’(남성 혐오)마저 도를 넘을 정도로 심해지면서 남녀 갈등은 되레 증폭된 모습이다.
지난해 5월 17일 오전 1시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 3층짜리 건물 남녀 공용화장실에서 한 여성이 일면식도 없는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뜨거운 논란이 일었다. ‘묻지마’ 살인의 피해자가 여성이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을 혐오 범죄로 규정하는 의견이 적지 않았고, 여혐에 맞서 마치 거울로 반사하듯 똑같은 방식으로 남성을 비난하는 ‘미러링’이 주목받았다. 이제는 미러링을 넘어 남혐 댓글 부대까지 등장했다.
‘생리컵’(인체에 삽입해 생리혈을 받아낼 수 있는 실리콘 재질의 여성용품)이 국내에도 도입된다는 언론 보도에는 16일 오전 현재 “요즘 임산부 자리에 만삭인 한남충(한국 남자 벌레)들 앉더라” “군대 가서 피 한 방울 안 흘려본 김치남들이 부들부들한다”는 등 생리컵과 전혀 무관한 남혐 댓글이 줄줄이 달려 있었다. 대표적 남혐 커뮤니티 ‘워마드’에서 해당 기사에 남혐 댓글을 지원사격하자는 글을 게시했기 때문이다. 여혐 게시물로 물의를 빚어 온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 사이트에는 “한국 ×들은 처맞아야 하니까 남성들에게 삼일한(여자는 3일에 한 번씩 맞아야 한다는 뜻의 일베 용어) 카드를 지급하라” 등 여성을 비하하는 글이 여전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비상벨 설치조차 여전히 충분하지 않은 등 여성이 안전한 사회 환경 구축까지는 갈 길이 멀다. 서울시 공중화장실의 비상벨 설치 현황에 따르면, 공원에 있는 화장실은 745곳 모두 비상벨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길가나 하천 옆에 있는 공중화장실은 403곳 중 218곳(54%)에만 비상벨이 설치돼 있다. 게다가 공중화장실이 아닌 개인 소유 건물의 화장실은 비상벨 유무 통계조차 없는 실정이다. 또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04년 1월 29일 이전에 지어진 시설이나 연면적 3000㎡ 미만 건축물에는 남녀 분리 화장실 설치를 강제할 수 없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의 편 가르기 문화가 성별 갈등과 합쳐져 극단적 혐오로 번지고 있다”며 “어릴 때부터 학교와 가정에서 ‘다름’을 포용할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아·김수민 기자 kimhaha@munhwa.com
화장실 안전 정비도 갈길 멀어
한국 사회에 ‘여혐’(여성 혐오)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강남역 살인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흘렀지만, 의미 있는 사회적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사이 여혐 행태는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다. 여혐에 대한 반작용으로 등장한 ‘남혐’(남성 혐오)마저 도를 넘을 정도로 심해지면서 남녀 갈등은 되레 증폭된 모습이다.
지난해 5월 17일 오전 1시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 3층짜리 건물 남녀 공용화장실에서 한 여성이 일면식도 없는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뜨거운 논란이 일었다. ‘묻지마’ 살인의 피해자가 여성이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을 혐오 범죄로 규정하는 의견이 적지 않았고, 여혐에 맞서 마치 거울로 반사하듯 똑같은 방식으로 남성을 비난하는 ‘미러링’이 주목받았다. 이제는 미러링을 넘어 남혐 댓글 부대까지 등장했다.
‘생리컵’(인체에 삽입해 생리혈을 받아낼 수 있는 실리콘 재질의 여성용품)이 국내에도 도입된다는 언론 보도에는 16일 오전 현재 “요즘 임산부 자리에 만삭인 한남충(한국 남자 벌레)들 앉더라” “군대 가서 피 한 방울 안 흘려본 김치남들이 부들부들한다”는 등 생리컵과 전혀 무관한 남혐 댓글이 줄줄이 달려 있었다. 대표적 남혐 커뮤니티 ‘워마드’에서 해당 기사에 남혐 댓글을 지원사격하자는 글을 게시했기 때문이다. 여혐 게시물로 물의를 빚어 온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 사이트에는 “한국 ×들은 처맞아야 하니까 남성들에게 삼일한(여자는 3일에 한 번씩 맞아야 한다는 뜻의 일베 용어) 카드를 지급하라” 등 여성을 비하하는 글이 여전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비상벨 설치조차 여전히 충분하지 않은 등 여성이 안전한 사회 환경 구축까지는 갈 길이 멀다. 서울시 공중화장실의 비상벨 설치 현황에 따르면, 공원에 있는 화장실은 745곳 모두 비상벨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길가나 하천 옆에 있는 공중화장실은 403곳 중 218곳(54%)에만 비상벨이 설치돼 있다. 게다가 공중화장실이 아닌 개인 소유 건물의 화장실은 비상벨 유무 통계조차 없는 실정이다. 또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04년 1월 29일 이전에 지어진 시설이나 연면적 3000㎡ 미만 건축물에는 남녀 분리 화장실 설치를 강제할 수 없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의 편 가르기 문화가 성별 갈등과 합쳐져 극단적 혐오로 번지고 있다”며 “어릴 때부터 학교와 가정에서 ‘다름’을 포용할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아·김수민 기자 kim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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