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일주일을 맞은 문재인 정부가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중에서도 재계가 한목소리로 크게 반기는 정책이 바로 대통령 직속으로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광범위한 산업에서 동시 다발로 진행되는 전대미문의 파괴력을 지닌 패러다임의 변화이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 체제가 구축돼야 한다.
주요 경쟁국들 비해 4~5년 이상 늦게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기 위한 엔진을 가동하는 우리의 현실은 만만찮다. 우리가 정치적 혼란을 겪는 동안 주요국들은 이미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기 위해 국회와 행정부가 마치 호흡이 잘 맞는 투수와 포수처럼 적극적인 협업을 하고 있다. 국가별로 핵심 육성 사업들을 선정하고, 행정부는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의회는 융복합을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기 위해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있다.
4차산업혁명위(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통령이 주도하는 혁신적인 규제 철폐가 우선돼야 한다. 특히, 정권 출범 초기에 확보할 수 있는 신임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은 다른 어떤 대안보다 막강한 실천력을 발휘할 수 있다. 대통령이 규제 철폐를 통해서 국가의 주요 산업을 어느 정도 혁신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지는 중남미의 작은 나라 코스타리카의 사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1996년 당시 반도체 분야의 세계 최고 기업이던 인텔은 인구가 불과 350만 명밖에 안 되는 코스타리카에 반도체 조립 및 시험을 위한 최첨단 공장을 짓기 위해 약 3000억 원 정도를 투자하는 결정을 했다. 당시 코스타리카는 1인당 국민소득이 400만 원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기술적으로 매우 뒤처진 나라였으며, 반도체 제조와 같은 최첨단 기술에 필요한 여건은 불모지와 다름없었다. 그런데 인텔은 어떻게 이런 깜짝 놀랄 결정을 했을까?
그 비결은 바로 호세 마리아 피구에레스 올센 대통령의 역할에 있었다. 올센 대통령은 행정부 관련 장관들을 동반해 직접 인텔 본사로 찾아가서 최고경영자를 만났다. 인텔과 회의를 하면서 코스타리카 행정부는 인텔이 걱정하는 다양한 규제들을 인텔 본사 경영진과 회의를 진행하는 현장에서 바로 철폐했다. 이를 목격한 인텔은 당시 커피와 바나나가 가장 중요한 수출 품목이었던 코스타리카에 전격적인 투자 결정을 내렸다. 이후에도 코스타리카는 교육, 인프라, 관련 산업 육성에 필요한 각종 추가 규제를 철폐했고, 인텔은 1조 원이 넘는 후속 투자와 3000명 이상의 고용 창출로 화답했다.
4차 산업혁명을 목전에 두고 있는 지금 우리의 규제 현실은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동일 산업 내 다양한 기업 간의 융복합은 물론, 1·2·3차 산업 간의 융복합을 위해서는 마치 지뢰밭의 지뢰처럼 사방에 깔려 있는 규제를 단번에 혁신적으로 철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난 정부처럼 다양한 규제 간에 우선순위 또는 경중을 따지기 시작하면 규제를 철폐할 기회는 영원히 사라져 버릴것이다.
규제 철폐와 동시에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법안들은 최대한 빨리 입법(立法)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에서 중요한 성장동력 중 하나인 원격의료산업,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반의 금융·전자·통신·헬스케어 등을 위한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과 규제 프리존 법안 등이 국회에서 대기 중이다. 청와대·행정부·국회가 새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을 중심으로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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