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임 일주일을 보낸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는 그를 지지하지 않았던 유권자들의 마음까지 훈훈하게 만들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을 비서동으로 옮기고, 기자들에게 직접 인사 설명회를 하거나, 시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서는 대통령의 모습은 지금까지 한국 정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던 장면이다. 제왕적 대통령과 권위주의적 정치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문 정부의 성공을 기원하는 시민들에게도 반가운 일이다.
이제 문 정부는 대선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취임과 동시에 마주하게 된 북핵(北核) 위기와 미·중 간 패권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고, 4차 산업혁명의 구조적 변화 속에서 일자리 확대와 양극화 해소를 달성하는 일은 대통령 개인의 소통형 리더십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새 정부의 성공은 정책 추진 과정에서 마주하게 될 두 가지 난관을 넘어설 수 있어야 한다. 하나는 각기 다른 이념과 정책 노선을 가진 야당들을 설득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5년 임기의 단임 대통령이 평생 임기가 보장된 관료들의 저항을 극복하고 이들의 협조를 얻어내는 것이다.
우선, 여소야대(與小野大)의 국회를 설득하는 문제부터 녹록지 않다. 문 정부의 주요 정책은 2020년 총선까지 최소 3년간은 야당이 다수를 점한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대선 기간에 억눌려 있던 민주당의 계파 갈등이 내각 구성과 함께 수면으로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과반에 30석이 모자란 의석을 당장 과반으로 늘릴 묘책이 없기에, 다른 정당 및 계파의 지지를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따라서 파격적 인사로 당내 계파 통합뿐만 아니라, 여야를 아우르는 협치를 체화하는 가시적인 정책 연대를 구성하는 방안은 문 정부에 좋은 해법이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부터 국민통합의 정치를 강조해온 만큼, 파격적 인선을 통해 첫 번째 난관을 무사히 극복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관료적 저항을 극복하고 공약들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정부 조직을 구축하는 문제도 만만치 않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대다수 역대 대통령이 그러했듯 전임자가 만든 조직들을 완전히 해체한 뒤 새롭게 구성하고 싶은 유혹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부처의 통폐합과 신설을 관료들에게 알리고 힘을 과시해 이들의 충성을 강제할 수 있는 필요악으로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 조직을 여기서 떼어 저기에 붙이는 형태의 조직 개편으로는 관료들이 공익을 위해 봉사하게 만들 수 없다. 이러한 형태의 조직 개편은 5년마다 반복돼 왔고, 대개의 정부 부처는 새 정부의 조직 개편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사의 전략과 논리들을 개발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명확한 비전 없는 정부 조직 개편은 정부의 힘과 시간만 빼앗고 소리만 요란한 작업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정부 조직 개편에 매달리기보다는 청와대의 밑그림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할 유능한 장관·관료들을 확보하는 것이 문 정부의 개혁 정책 추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정부 조직 개편이라는 장검을 크게 휘두르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고, 공익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관료들을 찾아 그들의 마음을 얻는 데서 정부 개혁을 시작하기를 권한다. 이것은 정부 업무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기능 중심의 조직 개편, 정부 부처의 책임성 강화, 정책 실행의 실질적 책임을 지는 책임장관, 예산과 인사의 전권을 가지고 관료 조직을 이끄는 실세(實勢) 장관이 새 정부의 아이콘이 될 때 가능하다. 문 대통령이 수직적 권력 구조 개선을 위해 장관책임제와 내각의 연대 책임제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민주적이면서도 효율적인 정부 구성과 국정 운영을 보여주리라 기대한다.
여당과 야당, 청와대와 관료가 서로를 탐색하는 허니문 기간이 지나면 곧 새 정부의 리더십과 수권 능력을 시험하는 관문에 도달할 것이다. 첫 번째 관문은 내각 구성을 위한 인사청문회이고, 두 번째 관문은 각종 개혁 과제를 수행할 정부를 구성할 정부조직법의 국회 의결이다. 이러한 관문들은 문 정부가 그리는 국정의 청사진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서 정부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문 대통령이 가까운 인재들로만 내각을 구성하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나 실질적 권한과 책임을 가진 기능 중심의 정부를 조직해 눈앞의 산적한 과제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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