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념식 현장 스케치

보안검색만 거쳐 9000명 참석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은 예년과는 다른 ‘열린 기념식’으로 진행됐다. 초대장과 입장 비표가 있어야 참석할 수 있었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신분증이 없어도 묘지 내에 마련된 보안검색대만 통과하면 참석할 수 있었다. 이날 1997년 정부 주관으로 기념식이 열린 지 21년 만에 처음으로 ‘열린 기념식’이 개최된다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인지 식장에 놓인 3000여 개의 의자는 행사 1시간 전에 거의 찼다. 광주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 현재 참가자 수를 9000여 명으로 추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의 문을 지나 추념문 쪽으로 걸어들어오자 양쪽에 도열한 시민들은 저마다 자신의 휴대전화로 문 대통령 일행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일부 시민은 박수를 보내면서 “힘내세요” “사랑합니다”라고 외쳤고, 상당수 시민은 “문재인” “대통령’을 연호했다. 광주시민들은 문 대통령의 기념사 중간에 박수를 보냈으며, 특히 “5·18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더욱더 큰 노력을 기울이겠다” “5·18정신을 헌법전문에 담겠다는 공약을 지키겠다” “국민의 뜻을 받드는 정부가 되겠다”고 말한 대목에서 크게 환호했다.

올해 5·18기념식은 지난해 20분이 채 안 걸렸던 것과 달리 3배에 달하는 53분간 진행됐다. 몇 년 만에 부활한 식전행사도 당초 예정보다 10여 분 빠른 오전 9시 33분 시작됐다. 광주시립합창단 등이 ‘꽃들에게 희망을’ ‘아침이슬’ 등 3곡을 불렀다. 또 오랜만에 부활한 이날 기념공연은 3막으로 진행됐다. 특히 1막 ‘슬픈 생일’에서 아버지에 대한 추도사를 읽어내린 ‘5·18둥이’ 김소형(여·37) 씨의 사연이 공개되면서 많은 이들이 눈시울을 적셨다. 소형 씨는 1980년 5월 18일 오후 11시 11분쯤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인근의 한 산부인과에서 태어났지만 당시 완도수협 직원이던 아버지 김재평(당시 29세) 씨를 출생 사흘 만에 잃었다. 소형 씨는 “37년 전 아버지를 비롯한 많은 아버지들이 우리의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사랑합니다. 아버지!”라고 추도사를 맺었다.

광주 = 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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