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유감 표명 뒤 지원약속
판사들 “과거 수차례 해왔던
행정처 주도 워크숍 진행 우려”


양승태 대법원장이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와 관련해 유감을 표명하고 법원행정처는 전국법관대표회의 개최 지원을 약속했지만 일선 판사들의 기류는 냉담하다.

판사회의를 주도한 법관들은 18일 “법원행정처가 회의 의제 등에 관여해선 안 되며 일선 판사들이 대표회의를 이끌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선 판사들의 우려 표명은 이날도 계속 이어졌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법원행정처의 설명에 따르면 ‘준비단계만 돕겠다’는 것이지만 준비단계에서 회의의 의제까지 언급하게 될 텐데, 행정처 근무를 해보지 못한 판사들은 그들 논리에 말려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판사는 “회의 준비를 위해 시간이 지나다 보면 과거 수차례 있었던 법원행정처 주도의 워크숍 형태로 진행될 수 있다”고 평가절하했다. 앞서 양 대법원장의 유감 표명 후 법원행정처는 “전국의 법관이 모여 현안과 그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조속히 마련하고 구체적인 일시와 장소, 논의 방식 등에 관해서는 법관 여러분이 지금까지 주신 의견을 기초로 하되, 추가로 주시는 의견이 있으면 이 또한 충분히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적으로 전개된 판사회의에서 나온 주요 의제인 △양승태 대법원장의 입장 표명 △전국법관대표회의 개최 △사법부 블랙리스트 관련 재조사 중 2가지를 대법원이 전향적으로 받아들인 것이지만 일선 판사들은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인 셈이다.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판사들은 법원행정처가 법관들의 성향과 동향을 관리했다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재조사 요구에 더해 법원행정처 축소 등 사법개혁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또 판사들은 그동안 대법원장의 의중에 따라 움직였던 법원행정처를 법관 지원 업무로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낼 계획이다.

전국법관대표회의 일정은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진상조사위원회에 대한 심의·검증 회의가 열리는 22일 이후에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공직자윤리위는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를 조사했던 조사위원회의 조사가 적절했는지를 살피고 판사들의 학술모임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규진(55·사법연수원 18기)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 대한 징계절차를 논의할 예정인데 심의·징계 결과에 따라서 사법파동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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