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대 문희선 씨 가족

“딸과 맥주 데이트 하는 사이
‘자식입장 헤아리자’ 교육철학”


“딸이 먼저 재즈바에서 맥주 한잔 하며 데이트하자고 제안해요. 같이 뮤지컬 보러 갈 땐 딸보다 제가 더 들뜰 정도랍니다.”

18일 만난 문희선(여·56·사진 오른쪽) 씨는 인터뷰 내내 친구 같은 딸 자랑을 했다. 문 씨는 “비 오는 날엔 내가 좋아하는 노래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딸이 스피커로 틀어주곤 한다”며 “가만히 있어도 예쁜 딸”이라고 말했다. 문 씨는 작은딸 구예리(29·왼쪽) 씨가 운영하는 경기 용인시 한 백화점 내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고 있다. 딸과 엄마이자 점주와 아르바이트생 관계가 가능했던 건 서로에 대한 믿음 덕분이란 설명이다. 문 씨는 딸인 구 씨의 친구들 사이에서도 ‘친구 같은 엄마’로 유명하다. 딸이 연애 상담도 서슴없이 청할 정도로 허물없이 지내기 때문이다.

구 씨가 남자친구와 다투고 조언을 구하면 문 씨는 “그 친구가 티 없이 밝게 자라서 그렇게 장난쳤나 보다. 너 속상했겠다”고 딸을 위로하면서도 남자친구도 나쁘게 말하지 않는다. 그러고 나서 “그래도 네가 이런 면은 한 발짝 물러나는 게 좋지 않을까”라며 슬며시 해결책을 제시해준다.

문 씨가 자녀들과 허물없이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건 특별한 교육철학 때문이다. 아이라고 무시하지 말고 먼저 자식의 입장을 헤아리자는 것. 문 씨는 “아이가 잘못을 저질러 혼을 낼 때도 ‘애니까 저런다’고 선을 긋지 않는다”며 “나름의 이유를 듣다 보면 이해되는 부분이 생기고 화가 수그러들기도 하더라”고 말했다.

물론 서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싸운 경우도 있다. 이런 때도 부모가 먼저 나서서 화해를 청하고, 자식과의 관계가 나빠지지 않게 노력한 덕에 오히려 사이가 더 좋아지는 계기가 됐다는 게 문 씨의 설명. 문 씨는 “심하게 다투더라도 감정을 묵혀두지 않고, 다음날 ‘잘 잤니? 오늘 차 한잔 어때’ 하고 먼저 제안한다”며 “대화의 기회가 만들어지면 ‘어제 네가 화내는 모습을 보니까 너무 놀라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고 말했다. 엄마가 먼저 다가가면 자녀도 자연스레 ‘나도 너무 심하게 굴어서 미안해’라며 진심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문 씨의 두 딸은 “엄마 어록을 만들어서 출판해야 한다”고 할 정도로 엄마의 든든한 응원군이다. 문 씨 역시 “나보다 훨씬 괜찮은 사람으로 자라준 딸들이 인생의 가장 큰 보람이다”며 “남편을 생각할 때도 ‘이 사람과 결혼을 안 했으면 어떻게 이렇게 예쁜 애들을 선물 받을 수 있었을까’하고 행복해한다”고 웃었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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