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최근 대선 정국에서도 이전 선거 때처럼 비속어들이 난무했다. ‘양아치, 영감탱이, 쫄보, 호구’ 등 옮기기도 민망하다. 이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이 ‘양아치’다. 뒷골목에서나 쓰는 천박한 말이 어쩌다가 정치판에까지 들어왔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양아치’는 ‘동냥아치’에서 온 말이다. ‘동냥아치’의 ‘동’이 생략되어 ‘냥아치’가 되고, ‘냥아치’의 어두음 ‘ㄴ’이 탈락하여 ‘양아치’가 된 것이다. ‘동냥아치’는 ‘동령아치’가 ‘동녕아치’를 거쳐 나온 말이다. ‘동령’은 불교용어 ‘動鈴’으로, ‘방울을 흔듦’의 뜻이다. 스님들이 ‘動鈴’을 흔들며 탁발을 했기에 그것에 ‘구걸하는 행위’라는 의미가 생겨난 것이다. ‘-아치’는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접미사다. 이에 따르면, ‘동령아치’는 ‘구걸하는 일을 하는 사람’, 곧 ‘거지’가 된다.

‘동령아치’가 ‘거지’의 뜻이므로, 이에서 변한 ‘동냥아치’나 ‘양아치’도 그 같은 의미를 띤다. 한때 ‘양아치’는 ‘거지’ 외에 ‘넝마주이(헌 옷이나 헌 종이 등을 주워 모으는 사람)’라는 의미로도 쓰였다. 구걸은 하지 않지만 거지 신세와 다름없는 ‘넝마주이’를 ‘양아치’ 범주에 넣은 것이다.

이어서 ‘양아치’는 ‘품행이 천박하고 못된 짓을 일삼는 사람’이라는 비유적 의미로 변한다. 이 같은 의미는 ‘거지’나 ‘넝마주이’가 갖는 천박하고, 거칠고, 야비한 속성에 근거한 것이다. 그런데 현재 ‘양아치’에 ‘넝마주이’라는 의미는 없다. 정부의 꾸준한 관리로 ‘넝마주이’가 새로운 환경에서 자립하게 되면서 ‘양아치’에서 그 같은 의미가 빠진 것이다. 또한 ‘양아치’에서 ‘거지’의 의미도 위태위태하다. ‘거지’라는 단어가 그 의미를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아치’는 최소한의 예의나 의리도 없는 최악의 인물이다. ‘깡패’나 ‘건달’도 자기를 ‘양아치’라고 하면 기분 나빠한다고 하지 않나. 그러니 함부로 이 말을 써서는 안 된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