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마녀사냥” 강력 반발

“일 엉망이라 코미 해임한 것”
“수사 중단 요구했었나” 묻자
“No, No… 다음 질문” 대응

100일간 언론 보도량 3배 ↑
80% 부정적… 오바마땐 4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러시아 스캔들’에 대해 미 법무부가 특검 수사를 결정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특검이 나라를 망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특검 결정의 기폭제가 된 사안 중 하나인 러시아 스캔들 수사 책임자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경질도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더욱 수세에 몰리고 있다.

18일 NPR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방송사 앵커들과 가진 오찬 회동에서 “특검 수사는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의 순전한 변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특검 수사가 나라를 심하게 망치고 미국의 분열된 모습을 노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날 트위터에 “(힐러리) 클린턴 캠프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일어난 모든 불법 행위에는 특검이 한 번도 임명되지 않았다”며 “이번 일은 단건으로는 한 정치인에 대한 미 역사상 최대의 마녀사냥(single greatest witch hunt of a politician)”이라고 비판했다.

전날 특검 수사가 결정되자 성명을 발표하고 “이 문제가 신속하게 결론이 나기를 고대한다”며 담담히 반응했던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중단하라고 코미 전 국장을 압박했다는 의혹도 전면 부인했다. 그는 백악관에서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코미 전 국장에게 수사 중단을 요구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아니다(No, No)”라고만 짧게 답하고 추가 질문이 계속되자 “다음 질문”이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전 국장을 경질한 것에 대해 “일을 매우 엉망으로 했기 때문”이라며 “너무 엉망이어서 (로드 로젠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이 아주 아주 강력한 (해임 건의) 서한을 썼다고 본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도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로젠스타인 부장관은 이날 상원의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전 국장을 경질할 것이란 사실을 서한을 쓰기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뉴욕타임스(NYT) 등은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경질된 다음 날인 지난 2월 14일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전 국장에게 수사를 그만하라고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100일간 직전 3명의 대통령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언론의 조명을 받았지만, 부정적 보도의 비중이 압도적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18일 하버드대 ‘쇼렌스타인 센터’가 NYT, WP, 월스트리트저널(WSJ), CBS, CNN, 폭스뉴스, NBC 등 미국 7개 언론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와 BBC, 독일 ARD 등 유럽 3개 주요 언론의 취임 100일간 보도량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 기간 전체 뉴스의 41%가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3명의 대통령 평균 보도량 14%에 비해 무려 3배 가까이 높은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관련 전체 보도량 가운데 80%는 부정적이었고, 긍정적 보도는 20%에 불과했다. 특히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 해킹’ 사건 등 러시아 스캔들 관련 기사는 87% 대 13%로 부정적 보도가 월등히 많았다. 이와 달리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한 취임 100일간 주요 언론의 보도 논조는 59%가 긍정적, 41%가 부정적이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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