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원, 동시성(Simultaneity) 17-329, 162×130.3㎝, 캔버스 위에 아크릴, 2017. 노화랑 제공
서승원, 동시성(Simultaneity) 17-329, 162×130.3㎝, 캔버스 위에 아크릴, 2017. 노화랑 제공
‘한국 추상의 선구자’ 서승원 화백 개인전

“창호와 백자에서 모티브를 얻었습니다. 그림 속에 구상적 형태로 나타나 있지 않지만 자세히 보세요. 우리 전통적인 것의 색과 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한국적 추상’의 선구자 중 한 사람인 서승원(75) 화백의 개인전이 오는 6월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노화랑에서 열린다. 서 화백은 1967년 열린 단체전 ‘청년작가연립전’ 이후로 줄기차게 ‘동시성’ 연작시리즈를 선보여 왔다.

초기작들은 ‘기하학적 추상’으로 명명된 데서도 알 수 있듯 제도 자로 줄을 그은 듯 날카롭고 차가운 느낌을 준다. 그처럼 엄격한 기하학적 패턴을 고수하다가 점점 그 형태가 1990년대부터 기하학적 요소는 지워지고 색면의 형태들이 서로 겹치면서 공간을 형성해간다. 이처럼 조형적 변모를 보이면서도 서 화백은 ‘동시성’이라는 연작 타이틀을 끝끝내 지켜왔다. 작가는 ‘동시성’에 대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형태, 색채, 공간을 통해 동시에 표현한다’는 의미에서 사용해 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초기작에는 형태와 색채 외에 역원근 기법에 의한 육면체 등 입체적인 형태도 등장한다.

그러면 그 같은 표현기법을 통해 화폭에 담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그는 “어려서 한옥에서 살며 달빛이 드리운 창호지 문이나 집안 곳곳의 도자기를 보면서 색감에 대해 영감을 받았고, 이를 후일 작품에 반영했다”며 “초기작부터 최근작에 이르기까지 조형적 형태는 바뀌었지만 한국적 정서를 꾸준히 담았고, 그런 정서도 ‘보이지 않는 것’들 중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일찍이 그의 추상 속에서 한국적 정서를 발견해낸 일본 앵포르멜 운동의 선구자 도노 요시아키(東野芳明) 등은 그를 1975년 ‘한국의 5인의 작가 : 다섯 가지 흰색전’에 초청하기도 했다. 당시 그와 함께 출품한 이가 박서보, 권영우 화백으로 이 전시를 한국 단색화 전시의 원조로 보는 견해도 있다.

한편 그의 최근작은 이전 작품과 확실히 구별된다. 화면을 채우고 있던 반듯한 사각형들이 흐트러지고 온화해졌으며, 부드러운 색채는 더욱 중첩되어 그 경계가 허물어졌다. 모서리가 없어지고, 색채도 저녁노을 같은 부드러운 빛의 표현으로 대체됐다. 손에 잡힐 듯 그러나 손에 잡히지 않는, 마치 하늘의 뭉게구름처럼 화면에 그렇게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예전에는 차고 날카롭단 소리도 많이 듣고 그래서인지 청색도 즐겨 쓰곤 했는데 나이가 드니 점점 욕심을 버리게 되고 요즘엔 어디서 태어나 어디로 가는지를 많이 생각해요. ‘해체’하고, 해탈을 추구하게 됐습니다. 예술이 작가의 정신이고 삶이니까 그게 작품에 그대로 투영되고 반영되는 것이죠.”

이경택 기자 kt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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