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골퍼 누구나 경험하는 ‘입스’

입스(Yips). 주말 골퍼라면 한 번쯤 들어봄 직하고 실제 경험했을 터이다. 입스는 골퍼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생각만 해도 진저리가 나며 머리가 지근거린다. 입스가 오면 그렇게 잘되던 샷이 갑자기 틀어져 버린다. 연습할 때는 별문제가 없는데 막상 경기에 들어가면 유사한 상황에서 미스샷이 반복된다. 마음속으로 “이번만큼은…”이라고 다짐해 보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다.

입스는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전설적인 골퍼로 활약했던 토미 아머(1896∼1968·사진)에 의해 처음 알려졌다. 아머는 메이저 3승을 거둔 당대의 대표적인 프로 선수였다. 1927년 쇼니 오픈(Shawnee open)에서 아머에게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2라운드 17번 홀(파 5)에서 믿어지지 않는 ‘23타’를 쳤다. 그 홀에서만 18오버파. 한 주 전 US오픈에서 우승했던 그였기에 이런 결과는 더욱 기가 막혔다. 라운드가 끝난 뒤 아머는 “입스가 일어난 것 같다”며 혼란스러워했다.

그 후 유명한 프로 선수들이 아머가 겪었던 문제로 인해 곤욕을 치렀다. 교과서적인 스윙으로 유명했던 벤 호건, PGA투어 82승의 샘 스니드, ‘살아있는 전설’에 비유되는 톰 왓슨,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PGA투어 8승의 최경주, ‘골프 여제’ 박인비도 예외는 아니었다.

입스의 원인에 대한 분석은 다양하다. 입스를 신경계의 이상, 즉 ‘국소 근긴장 이상증(focal dystonia)’이라고 하거나 혹은 심리적인 문제 탓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아직 ‘이것이다!’라고 분명히 말하기는 이르지만, 대부분 심리가 그 원인인 것으로 여겨진다. 필자는 입스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베트남전 참전군인들의 정신질환을 연구하면서 알려졌다. 참전군인 중 일부는 전쟁에서 겪었던 충격적인 경험에 대한 반복적이고 집요한 회상, 꿈에 시달렸고 재발할 것 같은 환각에 빠졌다. 심한 경우 공격적인 성향이 나타나고 우울과 불안이 반복돼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골퍼들이 느끼는 불안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증상과는 분명 다르다. 프로 골퍼나 로 핸디 골퍼의 샷은 시계추의 움직임과 유사하다. 미세한 흔들림에도 추의 움직임이 뒤틀릴 수 있고 시간의 정확성은 떨어진다. 입스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심각한 불안에까지 이르지는 않는다. 골퍼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정도의 불안으로 지속시간도 길지 않다. 샷을 하기 직전까지다. 그러나 입스에 빠지는 골퍼들은 점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유사한 증상을 느낀다. 미스샷을 했을 때와 유사한 상황에 직면하면 점점 가슴이 울렁거리고 답답하다. 몸도 뻣뻣해지고 움직임도 둔해지는 것 같다. 자꾸 실수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입스에 한 번 빠지면 벗어나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아머는 “입스는 한 번 오면 절대 떠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입스는 어느 날 갑자기 예고도 없이 찾아온다. 흔하지만 무서운 질병이다. 사람에 따라, 입스의 종류에 따라 해결방법은 다양하다. 우선 ‘단순히 생각하기’가 필요하다. 해결중심 상담기법의 여러 가정 중 ‘단순하게 하라’는 게 있다. 이는 심리문제를 해결하는 데 복잡한 절차나 방법이 필요 없다는 얘기다. 오히려 단순할수록 좋다. 18홀을 돌다 보면 마음에 드는 샷은 그렇게 많지 않다. 심한 트러블샷도 겪어야 한다. 실수는 ‘실수했네’로 끝나야 한다.

‘아! 반드시 넣었어야만 했는데…’ ‘이렇게 쳤어야 했는데…’와 같은 생각은 금물이다. 당당히 맞서야 한다. 피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처럼 실제 스트레스 장면에 노출되는 게 필요하다. 살다 보면 힘든 장애물을 수없이 만난다. 그때마다 도망만 다닐 수 없다. 당당히 맞서 극복해야 멋진 인생을 살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심리학 박사·연우심리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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