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법무비서관은 대통령에 대한 법률적 보좌와 함께, 3권 분립 체제에서 대통령과 법원·헌법재판소·검찰 등 사법 관련 기관 사이의 가교 역할을 담당한다. 법무비서관에 발탁된 김형연 전 인천지법 부장판사에게 각별한 관심이 쏠리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재임 중 대법관 14명 중 13명, 헌법재판관 9명 중 김이수 소장 지명자 외에 7명을 임명하게 되기 때문이다. 조국 민정수석비서관과 김 법무비서관의 ‘진보 성향’이 사법부 구성을 좌(左)편향시킬 경우, 이념 투쟁이 격화하거나 법적 안정성이 저해될 수 있다.

사법개혁은 필요하다. 문 대통령은 대법원장·대법관·헌법재판관 임명권 행사와 사법행정 관련 법률을 개정함으로써 개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속도와 균형 감각이 매우 중요하다. 오랜 ‘소수 의견’이 돌연 ‘주류 의견’으로 바뀌는 식은 곤란하다. 현재 공석인 이상훈 전 대법관, 6월 1일 퇴임하는 박병대 대법관뿐 아니라 9월 퇴임하는 양승태 대법원장 후임을 놓고 이미 논란이 분분하다. 특히 대법원장 인선은 인사 태풍을 몰고 올 수도 있다.

김 비서관은 ‘국제인권법연구회’ 간사로서 최근의 사법 개혁 이슈를 주도했을 정도로 강한 진보 성향을 보여왔다. 2009년에는 신영철 당시 대법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첫 실명 글을 올린 적도 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사법제도 개혁 의지가 남다르다는 점이 반영됐다”고 밝힌 배경이다. 법무비서관은, 판사의 한 사람으로서 가졌던 비판적 소신을 떠나 사법체계 전체를 보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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