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사령탑으로 발탁된 강경화 외교장관 지명자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놓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우선, 노무현 정부 시절 ‘한국의 탈레반’으로까지 불렸던 ‘자주파’ 인사들이 일단 배제됨으로써 한·미 동맹의 불확실성이 많이 제거되게 됐다. 그리고 겉보기에 참신해 보인다. 외무고시와 북미국 출신이 아닌 강 지명자는 취임하게 되면 정부 수립 이후 첫 여성 외교장관 기록도 세운다. 정 실장 역시 군 출신이 아닌 외교관 출신이다.

문제는, 현재의 안보 상황이 이런 ‘외양’에 환호하기에는 너무 엄중하다는 사실이다. 북한은 두 사람 인선 발표 직후 또 미사일 발사 도발을 했다. 지금 핵심 과제는 북핵 폐기와 한·미 동맹 공고화, 중·일·러 등 주변 강국과의 관계 설정이다. 그런데 두 사람은 북핵 외교와 동맹 외교는 물론, 중·일·러와의 양자 외교 경험이 없다. 정 실장은 통상 외교 전문가다. 안보를 국방의 틀에서만 바라봐선 안 되며, 외교적 역할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서 외교는 안보 외교지 통상 외교는 아니다. 강 지명자도 마찬가지다. 명분과 중재가 강조되는 다자 외교와, 국익·국력이 정면충돌하는 양자 외교는 크게 다르다. 그러지 않아도 주변 강국들은 ‘스트롱맨’ 외교를 펼치고 있다. 차관·차장 등으로 보완하더라도 북핵 및 4강 외교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현실 인식은 더 문제다. 정 실장은 “사드 배치는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돼 있다”고 한다. 미·중 사이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라면 잘못이다. 사드 배치는 조약이나 입법 사항이 아니라, 한·미 상호방위조약 제4조와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제5조에 따른 실무적 합의다. 또, 정 실장은 “지난 10년 동안의 대북 강경 기조는 더 잦은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만 불러왔다”고 했는데, 노 정부 시절의 ‘남한 책임론’ 오류를 되풀이하는 듯하다. 강 지명자 또한 북한 도발이 있더라도 대화와 협력을 위한 최고위급 대북 채널이 필요하며, 인도적 지원도 남북 관계 악화와 상관없이 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 김정은 체제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한 이런 ‘우아한’ 인식으로는 ‘험악한’ 북핵 문제를 제대로 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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