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환 한국외국어대 교수 국제정치학

새 정부의 외교·안보 관련 인선이 이어지고 있다. 최초의 여성 외교부 장관 내정자를 포함, 관련 인사들의 면면을 보며 우리가 기대하는 점은 노무현 정부 때와는 달리 이념에 갇히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진보·좌파·반미·통일 세력과 보수·우파·친미·반통일 세력이라는 도식의 이분법적 구조 속에서 사회의 남남갈등이 증폭됐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대립 구도를 형해화(形骸化)하고 국민의 한쪽을 정권 적대세력으로 내몰지 않으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또한, 자주파와 동맹파의 노선 투쟁으로 친중(親中)이냐 친미(親美)냐를 논의했던 노 정부 초기와는 달리 신중한 태도로 외교적 현안에 접근하고 있다. 균형(balancing) 전략이냐 편승(bandwagoning) 전략이냐 하는 해묵은 전략적 논쟁에 머물기보다는 국익에 더 방점을 찍고 있는 듯하다.

대통령 당선 이후 2주를 보낸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적 행보는 일단 국민의 기대를 끌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그러한 기대가 얼마나 오래 계속될지는 아직 모를 일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핵·미사일 문제 해결 없이 북한과의 대화는 진전될 수 없다는 기본 전제를 표명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지난 21일 오후 평안남도 북창 일대서 올해 8번째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작금의 상황에 대한 해결책에 관해 국제정치 수강생들에게 의견을 물어봤다. 그 결과는 ‘중국의 경제 제재와 압박이 최선이나 유사시 미국의 군사 제재도 고려할 만하다’는 의견이 43.9%, ‘중국의 경제 제재와 압박이 최선이고 미국의 군사 제재에는 반대한다’는 의견과 ‘중국과 미국의 역할을 배제한 남북한 간 직접 협상을 통해 해결한다’는 의견이 각각 19.5%였다. 아울러 ‘북한 핵·미사일 개발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핵무장 등 그 대안을 찾는다’는 의견도 12.2%였다.

결국 북핵 문제 해결은, 미·일·중 등 주변 강대국 관계의 틈바구니에서 우리가 어떤 외교적 역량을 발휘하느냐에 달려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정책은 혼돈 속에서 군사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관련 사건으로 미국 정가에서 탄핵 목소리가 나오는 등 국내정치 상황에 발목이 잡혀 그 향방을 가늠하기 어렵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북핵·미사일 대응도 강경한 수사(修辭)에 비해 그 행동은 한계가 있다. 문 정부의 출범과 함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북핵·미사일 개발과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자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새 정부는 중국 정부가 미·중 관계에서 우리나라를 활용하려는 의도를 경계해야 한다.

새 정부가 이전 정권과 차별화된 외교·안보 정책을 펴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 정책 실험을 한다면 노 정부 초기의 혼란을 자초하고 국익에 역행하는 결과를 맞게 될지 모른다. 문 정부가 외교·안보 분야에 있어서 이념적 스펙트럼을 뛰어넘어 국익만을 고려한다면 성공한 정권이 될 수 있다.

지난 수년간 김정은 정권의 핵·미사일 개발 움직임을 직시하며 그 결과를 머릿속에 그려왔다. 이제 그 그림이 완성되는 시점이다. 우려하는 바는, 주변 강대국이 현실을 받아들이는 ‘제한된 용인’의 수순을 밟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 국제정치학회 연례학술회의에서 대화를 나눈 저명 국제정치 전문가의 말이 다시금 귓가에 맴돈다. “미국은 결국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용인할 것이며, 그 핵무기는 방어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주변 강국에 위협이 되지 않고 한국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미 남북한 국력 경쟁에서 한국이 승리했다. 새로운 핵 균형 속에서 동북아 평화는 유지될 것이다.”

이러한 인식이 확산된다면, 그것이 현실이 된다면 우리는 어떤 길로 가야 하는가. 우리는 지금보다 더욱 복잡한 외교·안보적 현실을 맞게 될 것이다. 새 정부가 당면한 외교·안보적 과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막중하다. 그 결정 하나하나가 국운(國運)을 좌우할 것이다. ‘통일 한국’의 비전이 현재 논의되고 있는 개헌안에 담기려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막아야 한다. 아니면 ‘분단 한국’의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마지막 기로에서 생각할 점은 어느 길이 국익에 더 이로운가, 그 길이 국력에 걸맞은 선택인가 하는 것이다. 기대와 우려 속에서 문 정부의 구체화한 외교·안보 정책을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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