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권 前 자유경제원장

검찰과 법무부 간부의 만찬장에서 지급된 이른바 ‘격려금’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검찰 개혁의 시발점이란 정치적 해석도 있지만, 아무런 비판 의식 없이 공공부문에 자리 잡은 ‘특수활동비’ 제도를 개혁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물론, 특수활동비에는 긍정적인 역할도 있다. 공직 수행 과정상 비밀이 유지돼야 하는 특수업무(特殊業務)를 추진하기 위한 비용으로서 작용하는 것이다. 또한, 턱없이 낮게 책정된 업무추진비 예산을 보충해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특수활동비는 입법·사법·행정부 전 분야에서 부서 또는 기관장의 ‘권력’을 보여주는 대리지표로 변질되기도 했다. 청와대와 법무부 등의 특수활동비가 다른 기관에 비해 월등히 많은 이유다.

공무원에 대한 처우가 민간에 비해 낮았던 시절, 특수활동비가 이를 보완하는 기능도 했다. 그러나 이젠 환경이 바뀌었다. 요즘엔 취업 준비생들이 민간보다 공공부문을 선호할 정도로 공직의 경제적 처우는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 환경이 바뀌면 제도도 바뀌어야 한다. 민간부문에선 환경 변화에 따라 기업의 행동도 탄력적으로 변한다. 하지만 공공부문에선 ‘이윤과 손실’의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는다. 과거 공공부문의 열악한 상황에 맞춰 특수활동비를 만든 이후 경제 환경이 변했음에도 탄력적으로 바뀌지 않고 있다. 그 사이 공직자들은 특수활동비 제도의 규정을 숙독해 본인들에게 최적의 후생 또는 자금 배분 관례로 정착시켰다. 그래서 제도는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주기적으로 개혁해야만 한다.

특수활동비 제도는 이제 개혁의 대상이다. 과거엔 특수업무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권력 휘두르기, 내부에 충성 조직 구축하기, 예산 낭비 등의 폐단으로 변질됐다. 무엇보다도 이런 잘못된 지출 행위에도 불구하고 공직자들은 규정을 준수했다는 명분 아래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이번 사건에서 볼 수 있듯, 상관이 술자리에서 특수활동비를 마치 자기 돈인 듯 ‘선심’을 쓰고 있다. 국민의 세금인 특수활동비가 소수 권력자의 개인 돈처럼 오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사법·입법·행정부에서 사용되는 모든 특수활동비를 개혁해야 한다. 국가정보원과 같은 국가안보를 위한 특수한 업무를 가진 부서를 제외하고, 투명하지 않은 예산 집행은 전면 폐지해야 한다. 특수활동비를 상대적으로 투명성이 높은 업무추진비에 일원화시키는 방법도 있다. 많은 공직자는 공공업무 수행에 필요한 예산이 부족하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공공부문의 예산은 항상 부족한 상태여야 한다. 공공부문에서의 충분한 예산이란 본질적으로 예산 낭비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권력을 가진 부서에 더 많은 권력을 부여해 왔던 특수활동비 제도를 이제는 철폐해야 할 때다.

이번 사태는 검찰 일각에서 일어났지만, 이는 비단 검찰만의 문제가 아니다. 입법부에서도 이른바 힘깨나 쓰는 자리에는 특수활동비라는 명목으로 영수증 없이 지출되는 비용이 엄청나다. 문제는 사법·입법·행정 권력의 담합이다. 상호 ‘견제’하도록 만들어진 3권이지만, 특수활동비 개혁 문제에서만큼은 상호 ‘담합’할 유인책이 충분하다. 비록 발단은 검찰이었지만, 특수활동비의 전면 폐지로 가기까진 3권의 반발과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권력의 투명성이 강조되는 시대에 더는 과거 유물을 과거와 같은 논리로 존속하게 해선 안 된다. 특수활동비 제도는 이제 폐지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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