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항생제 오남용을 막아라

축수산물 내성균 실태조사
400건 → 2400건으로 확대
의사 항생제 처방 교육하고
신약 개발 적극적으로 지원

동물용 판매량 8년새 40%↓
소비자 인식도 점점 높아져


감염병 예방치료에 필수적인 항생제는 현대 의학의 혁신을 불러왔지만, 최근 들어 사용 자제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인간과 가축에 대한 항생제 오남용으로 인해 여러 약제에 내성이 생긴 다제내성균이 나타나면서 가벼운 세균 감염조차도 치료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내성균 유행은 신종감염병 이상의 파급력을 지니고 있다. 사망률이 늘어나고, 치료 기간은 길어지며, 의료비 상승 등 공중보건에 큰 위협이 되는 것은 물론 사회경제적 손실도 크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은 연간 200만 명이 내성균에 감염되고 이 중 2만3000명이 사망하면서, 연간 200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영국의 보고서는 2050년이 되면 세계적으로 연간 1000만 명이 항생제 내성균으로 인해 사망할 것으로 관측했다.

항생제 내성은 사람·농·축·수산·식품·환경 등의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발생하므로 ‘One-Health’ 차원의 포괄적 관리가 필요하다. One Health는 사람, 동물, 환경의 건강이 하나로 엮여 있다는 관점이다. 가축 및 환경에서 유래한 항생제 내성균의 인자가 인체 세균에 전파돼 내성균이 2차적으로 발생하고, 이는 인체 내성균 치료를 위한 항생제 사용량 증가를 일으키며 이후 슈퍼박테리아 출현으로 항생제 치료가 불가능해져 사망에 이르게 하는 악순환을 해결하기 위한 접근법이다. 우리나라는 이에 맞춰 2003년부터 항생제 오·남용에 대한 범부처 통합 관리를 위해 ‘항생제 내성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해 실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범부처 국가 대책을 수립하면서 한층 강화했다. 이 중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환경·농·축·수산물·식품 분야를 포함한 비(非) 인체 분야 대책을, 보건복지부는 인체 분야를 총괄하고 있다.

◇잔류 항생제 꼼꼼히 검사 = 정부는 항생제 잔류 감시체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유통 축수산물의 항생제 내성률에 대한 국가데이터 축적을 위해 항생제 내성균 실태조사를 연 400건에서 2020년까지 연간 2400건으로 확대한다. 또 생산부터 유통단계까지 주요 항생제 내성균의 관계부처 연계 조사도 병행한다. 국가데이터 구축을 위한 기반시설 마련 등을 위해 항생제 내성 국가 표준실험실도 구축한다. 축수산물 항생제 관리를 위해 국가 잔류물질 관리 프로그램(NRP·National Residue Program) 대상을 현재 ‘식육·알’에서 2019년까지 ‘원유·수산물’까지 확대한다. 국가 잔류물질 프로그램은 항생제 등 동물용 의약품과 농약 등 환경오염물질 등에 대해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정부는 항생제 내성 해결을 위한 국제협력도 강화키로 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이탈리아 로마에서 개최된 제39차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총회에서 ‘항생제 내성 특별위원회’ 의장국으로 선출된 바 있다. CODEX 항생제 내성 특별위원회 의장국으로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간 전 세계 국가들이 항생제를 줄이거나 방지할 수 있는 최종지침을 마련하는 것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올해 말에는 제주도에서 제1차 CODEX 항생제 내성 특별위원회 회의도 열 예정이다.

◇꼭 필요한 곳만 사용해야 = 정부는 항생제 내성에 관한 인식 개선 및 치료제 개발도 지원하고 있다. 우선 식약처는 현장 의료 담당자나 소비자가 활용할 수 있는 항생제 사용지침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항생제를 안전하게 사용해야 할 영유아, 청소년, 임산부, 노인 등 계층에 따라 맞춤형 지침도 개발한다.

내성균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제도적 지원도 병행한다. 내성균에 작용하는 항생제가 지속 개발되어야 하지만, 제품수명이 짧고 시장성이 낮아 개발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개발단계부터 기술적·행정적 지원 및 신속허가를 위한 ‘획기적 의약품 및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약품 개발촉진법’의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동물용 항생제 사용 감소 유도를 위해서는 농림수산식품부와 협조해 수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사용할 수 있는 항생제를 확대할 방침이다. 세계보건기구(WHO) 등도 인체에서 중요하게 관리되는 항생제는 동물용이라도 처방대상 항생제에 포함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정부는 현행 20종인 처방대상 동물용 항생제를 2020년까지 40종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아울러 동물병원의 처방전 발급내용 및 진료용 사용(판매) 사항의 등록을 의무화하고, 동물약국 및 도매상의 처방대상 판매사항 역시 처방(약품) 관리시스템의 등록을 의무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외에도 축산 및 수산 분야에서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사육환경 개선도 지원할 방침이다.

◇점차 줄어드는 항생제 사용 = 이러한 항생제 줄이기 노력의 효과로 동물용 항생제 전체 판매량은 2015년 기준으로 2007년보다 40% 줄었다. 비 인체 분야 항생제 내성 모니터링 결과 가축 및 식육에서의 항생제 내성률은 대체로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가축의 평균 대장균 테트라사이클린 내성률은 2008년 72%였으나 2012년 66%, 2015년 62% 등으로 감소세다. 축·수산물의 항생제 내성률 역시 줄어들고 있다. 이에 맞춰 항생제 내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일반소비자의 항생제 내성 인식도는 2004년에는 37.1%에 불과했지만, 2007년 64.8%, 2009년 75.9%, 2010년 60.0%, 2011년 73.9% 등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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