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일찍 일어났네.”
“아유, 난 늦잠을 못 자.”
정연옥이 웃음 띤 얼굴로 말을 이었다.
“당신 코 고는 소리에 일찍 깨었고.”
“그럴 땐 코를 잡으라니까.”
“어떻게 잡아?”
다가간 이응호가 정연옥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가 놓았다.
“아유, 왜 그래?”
눈을 흘긴 정연옥이 허리를 비틀었다. 어젯밤에도 둘은 질펀한 정사를 나누었다. 요즘 수십 종이 나와 있는 발기촉진제를 먹지 않고도 이응호는 거뜬하게 일을 치르는 데다 정연옥도 싫어하지 않는다. 이응호가 손바닥으로 정연옥의 엉덩이를 철썩 때리고는 물러났다.
“스킨십이야.”
“아이고, 별걸 다.”
“하루에 서너 번씩 스킨십을 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도 좋대.”
“연구 많이 하셨네. 그동안 어떻게 참고 지냈어요?”
“당신은?”
“안 하면 잊혀요. 나는.”
“하면 자꾸 생각나고?”
“당신이 만들어준 것이지.”
집 안에 된장국 냄새가 퍼졌고 소파로 다가가 앉은 이응호가 긴 숨을 뱉었다. 이응호는 한시티 북부 주택가에 작은 전자대리점을 차렸다. 큰아들 이재석의 대리점 분점 형식으로 직원은 정연옥까지 넷, 오전 10시에 문을 열고 오후 6시에 닫는다. 아침밥을 먹고 나란히 대리점에 출근하는 것이다. 오전 7시 반이다. 정연옥과 함께 아침을 먹으면서 이응호가 말했다.
“전에 침대에서 눈을 떴을 때 멍한 상태에서 한참 동안 앉아 있고는 했어.”
정연옥은 시선만 주었고 이응호가 말을 이었다.
“그러다가 오늘 할 일을 생각하기 시작했지. 열심히.”
“…….”
“할 일이 생각나지 않으면 기운이 없어지고 불안해지기까지 해.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그런 생각도 들고.”
“…….”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노인들은 그런 생각이 없겠지만 내 주변에는 나 같은 사람이 많았어.”
“지금은 어때요?”
정연옥이 건성으로 물었지만 이응호가 정색했다.
“고맙지.”
“뭐가?”
“사는 것이.”
“사는 것이?”
“모두에게 다 고맙다는 뜻이야.”
“나한테도?”
“당연하지. 당신이 그 중심인데.”
“아침에 눈을 뜨면 내 생각이 나요?”
“가장 먼저.”
“그러다가 식겠지.”
시선을 내린 정연옥이 한 모금 된장국을 삼키더니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요. 당신 말이 맞아요.”
“뭐가?”
“사는 것이 고맙다는 말.”
이제는 이응호가 입을 다물었고 정연옥의 말이 이어졌다.
“난 큰 욕심 없어요. 그저 가는 날까지 누가 옆에 있어 주면 좋겠어.”
“…….”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맙지.”
이응호가 시선을 내렸다. 나이 먹을수록 욕심이 적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간절해진다. 그러나 많이 겪었기 때문에 참는 것이다. 사는 것이 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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