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쭉한 된장국을 연상시키는 고사리 들깨탕. 들깨 국물이 흠뻑 묻은 햇고사리를 한 젓가락 입에 넣으면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들깨 향이 고사리 특유의 부드러운 식감과 함께 입안을 가득 채운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걸쭉한 된장국을 연상시키는 고사리 들깨탕. 들깨 국물이 흠뻑 묻은 햇고사리를 한 젓가락 입에 넣으면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들깨 향이 고사리 특유의 부드러운 식감과 함께 입안을 가득 채운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집에 택배 상자가 하나 도착했다. 고향 남해에서 어머니가 챙겨서 보내주신 귀한 먹거리들이다. 햇고사리, 마늘종, 부추, 생선 등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음식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스티로폼 상자 안에 차곡차곡 담긴 생선을 보고 “우아, 내가 좋아하는 생선”이라며 아이들은 신이 났다. 적당히 잘 말려서 투명 비닐봉투에 담긴 고사리를 보고는 “이게 무어냐”고 묻는다. “할머니께서 직접 농사지어 삶아서 말려 보내주신 햇고사리”라고 하자, “이게 고사리였느냐”며 눈이 휘둥그레진다. 평소 보았던 조리된 상태의 나물 반찬과는 사뭇 달라서 몰라본 것이다.

고사리는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식물이다. 수백 수천 가지의 식물 식재료들 가운데에서 가장 고참인 셈이다. 공룡이 살기도 전인 약 4억 년 전부터 존재했다고 하는데, 그때는 지금 같은 작은 나물이 아니라 거대한 삼림을 이룰 정도로 광대했다고 한다. 영화 ‘쥬라기공원’에도 손바닥만 한 벌레들과 함께 하늘을 가릴 정도로 높이 솟아오른 거대한 고사리 밀림이 나온다.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 있는 고사리는 우리나라에도 어느 지역에나 있는데, 들판이나 언덕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특히 4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는 햇고사리를 따서 말리는 아낙네들의 손길이 분주한 때다. 아직 잎이 피지 않고 동그랗게 말려 있는 새순을 꺾는데, 이때 “고사리를 툭툭 꺾는 손맛이 좋다”고들 이야기한다.

6월로 넘어가 고사리가 활짝 피기 시작하면 억세고 질겨진다. 맛도 덜하고 상품성도 떨어지기 때문에 다들 5월에 고사리 채취를 서두른다. 특히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지역의 고사리는 맛과 향이 뛰어나 전국의 미식가들로부터 인기가 좋다. 그래서인지 해마다 봄이면 한라산을 중심으로 대규모 고사리 축제가 열린다.

옛날에도 고사리는 뛰어난 자연식품이자 귀한 음식으로 대접받았다. ‘궐(蕨)’ 또는 ‘궐채(蕨菜)’라고 불렸는데,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궐은 음력 3월 임금께 진상하는 특산물’이라 기록돼 있다. 영양면에서도 우수하다. 단백질이 풍부하고 칼슘과 무기질 성분이 많아 피부미용과 노화 예방에 좋다. 그래서 고사리를 ‘산에서 나는 쇠고기’로 부르기도 한다. 식이섬유가 많아 포만감을 주므로 다이어트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꼭 주의할 점이 있다. 고사리는 생으로 먹어서는 절대 안 된다. 생고사리엔 ‘티아미나아제’라는 독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고사리를 독초로 분류해 식용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찬물에 담가 삶아서 불리고 건조하는 과정에서 독소는 완전히 사라지므로 조리 과정을 거치면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

고사리는 다양하게 조리할 수 있는데, 보통은 나물로 무쳐서 먹고 제사상에 올리기도 하며 비빔밥 재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생선조림을 할 때 함께 넣어 조리면 적당히 간이 배어 고사리 씹는 맛이 더욱 좋다. 동의보감에서는 고사리를 ‘성질이 차고 맛이 달며, 삶아서 먹으면 맛이 아주 좋다’고 기록하고 있다. 차가운 성질이 있으므로 몸이 찬 사람들은 적당히 먹는 것이 좋다. 보통 사람들도 많이 먹으면 설사나 복통이 있을 수 있으니 한 번에 지나치게 많이 먹지 않도록 한다.

어머니가 기르고 따고 삶고 말려서 보내주신 귀한 햇고사리로 무얼 할까 고민한 끝에, 통들깨를 갈아 영양 만점 ‘고사리 들깨탕’을 만들기로 했다. 햇고사리와 들깨의 만남은 기대 이상으로 조화롭고 근사하다. 걸쭉한 들깨 국물은 부드럽고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난다. 들깨 국물이 가득 묻은 햇고사리를 한 젓가락 입에 넣으니 연하고 부드러워 씹는 맛이 일품이다. 향은 더 매력적이다. 고사리 특유의 향에 들깨의 고소한 냄새가 어우러져 입맛을 돋운다.

날이 점점 더워지고 본격적인 농사를 시작하는 절기인 소만(小滿)도 지났다. 계절의 여왕 5월이 가기 전에 고소하고 야들야들한 고사리 들깨탕으로 영양 만점의 행복한 저녁 식탁을 꾸려보자.

한식당 다담 총괄·사찰음식 명인

어떻게 만드나

재료

불린 고사리 100g, 국간장 2티스푼, 통들깨 1/2컵(종이컵 기준), 불린 쌀 4티스푼, 육수 2컵(다시마 5㎝×5㎝ 1개, 표고버섯 2개), 들기름 1티스푼, 쌀뜨물, 소금 약간

만드는 법

1 불린 고사리는 쌀뜨물에 15분간 삶는다. 뚜껑을 덮고 삶은 물에 30분간 뜸을 들여준다. 뜸 들인 고사리를 찬물에 헹군 다음 찬물에 3∼4시간 담가 아린 맛과 독소를 빼준다.

2 찬물에 담가 독소를 뺀 삶은 고사리는 깨끗하게 손질해 질긴 부분을 다듬어 내고 길이를 정리한 다음 조선간장에 무친다.

3 통들깨와 불린 쌀을 함께 믹서기에 갈아서 체에 걸러 들깨즙을 만들어 둔다.

4 육수는 냄비에 물 6컵을 붓고 다시마 5㎝×5㎝ 1개, 표고버섯 2개를 넣어 끓인다. 물이 끓어오르면 다시마는 건져내고 불을 줄인 후 7∼8분 더 끓여 체에 걸러 준비한다.

5 팬에 들기름을 두르고 손질한 고사리를 부드럽게 볶아준다.

6 볶아 놓은 고사리에 육수를 붓고 갈아놓은 들깨즙을 넣고 끓이다가 소금을 넣고 한 번 더 끓여서 마무리한다.

7 완성된 고사리 들깨탕은 그릇에 예쁘게 담아서 완성한다.

조리 Tip

1 마른 고사리를 불려서 활용할 경우에는 쌀뜨물에 삶으면 아린 맛이 사라져 훨씬 부드럽고 식감이 좋아진다.

2 생고사리를 직접 채취할 때는 바닥에서 2㎝ 정도 높이에서 꺾으면 부드럽고 좋다.

3 직접 캔 생고사리를 삶을 때는 소금을 약간 넣으면 좋다. 끓는 점이 높아져 데치는 시간을 단축시켜 영양과 고사리 색깔을 보존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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