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우정사업본부장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은 물론 성년의 날, 부부의 날까지 모두 5월에 있어 가족 행사가 넘치는 달이다.

행복한 가정은 무엇보다 가족 간 소통에 있다. 가족 구성원 간 진솔한 대화 부재와 무관심은 가정의 행복을 가로막는다. 소통에서 가장 좋은 수단으로 손편지만 한 게 없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모든 사람이 휴대전화로 손쉽게 통화를 하고,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24시간 문자를 주고받으며 바쁘게 얘기하지만, 마음을 전하며 소통하는 데는 손으로 쓴 편지가 최고다. 절망에 빠진 누군가를 일으켜 세우고, 중요한 거래를 성사시켜주는가 하면, 사랑을 얻는 행운도 가져다주는 힘을 손편지는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TV 인기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손편지 하나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충남 보령의 녹도를 찾은 개그맨 양세형이 집배원으로 변신해 할머니들에게 정성이 담긴 편지를 읽어줬다. 시력이 안 좋은 할머니를 대신해 딸에게서 온 편지를 읽어줬는데, ‘엄마’라는 한마디에 눈가가 촉촉해진 할머니는 ‘편지를 쓰려니까 아버지 생각이 나 가슴이 먹먹해’라는 말에 그만 눈물을 왈칵 터뜨리고 말았다. 한 통의 편지가 멀리 떨어져 있던 모녀의 가슴을 절절하게 이어줘 따뜻한 감동을 안방에 선사했다.

편지를 소통의 도구로 가장 잘 활용한 사람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다. 재임 시 그는 매일 저녁 일과를 마친 뒤 국민이 보낸 편지 가운데 10통을 읽고 2편 정도를 골라 친필로 답장을 썼다고 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하루 2만 통가량의 편지가 배달되는데, 편지분석관, 인턴, 자원봉사자가 모든 편지를 읽은 후 사업, 실업, 건강보험개혁, 이민 등 주제별로 10통의 편지를 최종 선정한다고 한다.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귀를 기울여준 성의에 국민은 감동했다고 한다.

이처럼 편지는 사람과 사람을 잇고, 공감하는 데 최고의 도구다. 하지만 막상 펜을 들면 첫 줄부터 쓰기가 쉽지 않다. 모든 글쓰기가 쉬운 것은 아니지만, 특히 편지는 내가 읽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이 읽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남의 눈을 의식한다. 스스로 검열한다. 이렇게 쓰면 상대방이 저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부터 한다. 맞춤법도 따져보고, 글의 흐름도 제대로 이어지는지 쓴 것을 읽고 또 읽어본다. 이렇게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다 보니 시작부터 힘겹게 느껴지는 게 편지다.

그렇다고 편지 쓰기를 처음부터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잘 쓰는 것은 잘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에 생각을 많이 하면 한결 쉬워진다. 와인이 부드럽고 깊은 맛을 내기 위해서는 숙성 기간이 필요하듯, 글도 생각의 숙성 기간이 필요하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 충분히 생각했다면 생각한 대로 쓰면 된다. 더할 것도 없고 덜할 것도 없다. ‘편지는 꾸미는 데서 시들고 진실한 데서 피어난다’는 말이 있듯이 미사여구(美辭麗句)로 꾸며 쓴다고 해서 좋은 편지는 아니다. 오히려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장문의 편지는 문장의 나열에 불과해 쓴웃음만 짓게 한다. 솔직한 마음, 정다운 마음을 담아 한 글자 한 글자 쓰면 마음은 저절로 전달된다.

‘생각만 하여도 기쁘고, 듣기만 하여도 설레며, 보기만 하여도 반가운, 언제나 진솔한 친구, 그대 이름은 편지’. 청주우편집중국 건물 벽에, 편지로 정을 나누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우체통·꽃 그림과 함께 적혀 있는 글귀이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편지의 따뜻함을 떠올리며 미소를 짓는다. 가정의 달 5월이 끝자락으로 달려가고 있다. 마음을 담아, 사랑을 담아, 정성을 담아 부모님께, 아내에게, 자녀에게 한 통의 손편지를 보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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