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목포신항에 거치돼 있는 세월호의 선체 조사 대원들이 23일 오후 3층 선미 객실에서 온전한 형태로 발견된 유골을 임시안치실로 운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남 목포신항에 거치돼 있는 세월호의 선체 조사 대원들이 23일 오후 3층 선미 객실에서 온전한 형태로 발견된 유골을 임시안치실로 운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내일 ‘세계 실종 아동의 날’ … 치료프로그램 없어 방황

5년간 11만여명 실종신고
99.8% 집으로 돌아오지만
‘사회적응 치료’ 法 조항뿐
실제론 상담서비스 등 全無


“아이가 사라진 지 30년, 항상 ‘어디에 있든 건강하게만 커달라’고 기도합니다. 이제 나이가 30대 중반쯤 됐을 텐데, 좋은 사람 만나서 가정도 이뤘으면 하는 게 바람입니다.”

1988년 9월 1일 서맹임(여·61) 씨의 딸 김은신(당시 4세) 양이 서울 중랑구 상봉터미널에서 실종됐다. 서 씨는 남편과 떨어져 세 아이와 함께 살고 있었는데, 서 씨가 식당에 일을 나간 사이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전북 고창군에서 서울로 가버렸다. 서 씨는 아이들을 찾아 주위를 헤매다 며칠 뒤에야 남편이 데려갔다는 말을 전해 듣고 서울로 쫓아 올라갔다. 하지만 이미 큰아들과 둘째 아들은 서 씨의 남편에게서 ‘탈출’하기 위해 가출한 상태였다. 게다가 딸은 아예 남편이 상봉터미널에서 술을 마시다가 잃어버린 상황이었다.

서 씨는 24일 “내가 부모를 일찍 잃어 가정만큼은 지키며 참고 살려고 했지만, 평소 남편이 술만 마시면 노름에 손찌검까지 해서 별거를 했다”며 “결국 남편이 술에 취해 데려가는 바람에 은신이마저 잃어버렸다. 내가 데리고 있었다면 아이가 사라지지는 않았을 텐데”라고 울음을 터뜨렸다.

서 씨는 세 아이를 찾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다. 연락이 오는 곳마다 찾아가길 1년여. 경상도의 한 시설에 머물고 있던 두 아들을 찾았지만 딸은 지금도 소식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서 씨는 “은신이가 어릴 때 말도 잘하고 똑똑했던 만큼, 지금도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을 것”이라며 다시 울먹였다.

힘겹게 자녀를 찾아도 더 심각한 문제가 기다린다. 실종 기간 아동들이 겪은 트라우마를 치유해줄 국가나 사회의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이다. 법 조항으로만 개념이 존재할 뿐, 실제 시행 중인 상담 및 치료 프로그램은 전혀 없다는 게 보건복지부 및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3조에는 ‘실종 아동 등의 복귀 후 사회 적응을 위한 상담 및 치료서비스 제공’이 명시돼 있다.

세계 실종 아동의 날(5월 25일)을 하루 앞둔 이날 경찰청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실종 신고가 접수된 18세 미만 아동은 모두 11만1273명에 달하고 이 중 ‘미발견’ 아동은 200명이다. 99.82%는 부모의 품으로 다시 돌아오지만, 대부분은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가족이 함께 헤쳐나가야만 하는 실정이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실종 경험은 당사자인 아동은 물론 아동의 부모, 형제들에게도 큰 트라우마가 될 수 있는데, 실종됐다가 집으로 돌아온 이들에 대한 사후관리가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법전 속에만 규정된 지원 프로그램이 실제로 현실에서 운영될 수 있게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관련기사

김현아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