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나가려 해도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고, 자식은 들어가고자 하나 문이 너무도 좁다. 국내 노동시장의 상징적 단면이다. 부모는 1955∼1963년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다. 이미 정년을 넘겼거나 눈앞에 둔 나이다. 가난한 시대에 태어나 산업화·민주화·정보화 시대를 온몸으로 겪고 이제 퇴장하려 하지만 그마저 여의치 않다. 가장 책무는 여전하고, 준비되지 않은 노후를 견뎌야 한다. 지난해 취업자 수는 50대 이상이 20∼30대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자식은 에코붐 세대다. 베이비붐 이후 뚝 떨어진 신생아 수는 베이비부머가 가정을 꾸린 시기에 다시 급격히 상승곡선을 그렸다. 그게 마치 20∼30년 시차를 두고 메아리(echo)처럼 화답한 것으로 보인다 해서 에코붐이다. 미국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미국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생)가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에 출산한 인구는 이른바 X세대(1965∼1976년생)의 3배에 이른다. 1989년에만 400만 명이 태어나 베이비붐 전성기였던 1964년을 앞지를 정도다. 한국에도 물론 에코부머가 있다. 베이비부머의 자녀인 1979∼1985년생, 510만 명은 부모와는 거꾸로 풍족한 시대에 태어났다가 취업기에 저성장 국면을 맞았다. 취업대란·신용대란·주거대란 등 3대 악재에 시달리는 이들은 취직도, 결혼도, 자식도, 인간관계도, 꿈도 포기한 세대로 불린다.
또 다른 베이비부머·에코부머가 존재한다. 역대 최다 출산 기록은 1971년에 나왔다. 그해 전국에서 102만4773명이 태어났다. 한 해 70만∼87만 명이 출생했던 베이비부머보다 많은 100만 명 안팎이 세상에 나온 1968∼1974년생이 ‘제2 베이비붐 세대’다. 이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해선 ‘콩나물 교실’로, 대학 진학 때는 높은 경쟁률로, 졸업 즈음엔 외환위기에 따른 취업난으로 다산(多産)의 후유증을 겪었다.
최근 청년 인구동향에서는 특이한 점이 보인다. 4월 기준 20대 초반 인구는 1년 전보다 5만4000명이 줄고, 30대 초반도 14만9000명이 감소했는데, 유독 20대 후반 인구만 8만4000명이 늘었다. 2차 베이비부머들의 자녀인 1991∼1996년생, 곧 ‘제2 에코부머’들이 대졸 취업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시기는 문재인 정부의 임기 5년과 겹친다. 청년실업률을 낮춰 성과를 내려는 문 정부의 ‘일자리 전쟁’에서 제2 에코부머는 가장 두려운 상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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